서울백제수도유적보존회(대표 이형구 선문대교수)는 지난 8일 한글회관에서 "풍납토성(백제왕성) 보존을 위한 학술회의"를 열었다.

그동안 풍납토성을 위례성이라고 보고 있는 역사.고고학계의 학자들이 모인 토론의 장이었다.

참석자들은 한결같이 풍납통성 발굴은 초기 백제의 실체를 구명해 한국고대사 체계를 재구성할 수 있게 해주는 1백년발굴사중 가장 의미있는 발굴이라고 평가했다.

또 유적의 중요성에 정부가 특별법을 제정해서라도 토성안까지 사적으로 지정하고 주민들의 재산권은 보상해야한다는데 뜻을 모았다.

이런 내용을 건의문으로 만들어 김대중 대통령에게 전하기로 결정하기도 했다.

풍납토성 발굴현장이 주민들의 재건축조합측에 의해 무단 훼손된 것은 학술회의가 끝난지 5일만인 13일의 일이다.

발굴단이 없는 새 굴삭기까지 동원해 명문토기 말뼈등 중요 유적이 나온 구역을 포함한 1백50여평을 복원하기 어렵게 훼손시켜 놓았다니 어처구니 없다.

발굴에서 유물채집이 중요한 것은 더 말할 것도 없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어떤 유물이 어떤 장소에 어떻게 있었느냐를 알아내는 것이 유적전체를 파악하는데 더 중요하다.

그래야 유적의 원상복원도 할 수 있다.

1천5백여년만에 모습을 드러낸 유적의 근거마져 없애버린 꼴이다.

재산권을 침해당하는데다 추가발국비용까지 대야하는 조합측의 고충을 감안한다 해도 문화재파괴는 어떤 이유로든 용서돼서는 안된다는 생각이다.

문화재 행정당국은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도록 무얼하고 있었던 것일까.

무조건 공사중단만 시켜놓고 몇달이지나도록 아무런 판단이나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문화재위원회도 마찬가지다.

풍납토성이 위례성이냐의 여부에 대한 사학자와 고고학자간 고질적 견해차이 탓은 아닐까.

서울시와 문화관광부의 재정책임떠넘기기도 볼상사납다.

우리처럼 건설자가 발굴비용을 부담하는 것은 같지만 일본의 경우 63년 오사카 인구밀집지역에서 7세기께 아스카시대 난바궁 유적이 발견됐을때 국가가 나서서 땅을 사들인 뒤 유적지 전체를 보존하는 방법을 택했다.

풍납토성이 위례성이든 아니든 백제초 유적이라면 국가가 나설때인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