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의 이니스프리 마케팅은 변화하는 고객 니즈와 마케팅 환경을 명확히 읽고 그에 맞는 경영전략을 통해 새 시장을 창출한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지난 1월 출시된 "이니스프리"가 5개월만에 국내 할인점 화장품 브랜드의 정상으로 올라설 수 있었던 이유는 크게 세가지.고객이 자신에게 맞는 화장품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셀프형 판매방식과 인터넷을 통해 파악된 고객 요구를 제품 생산에 반영하는 디지털 마케팅,판매경로를 할인점에 맞춘 유통전략 등이 한데 어우러진 결과다.

<> 맞춤형 셀프 화장품 =할인점내 이니스프리 진열대에는 다른 브랜드와는 달리 판촉사원이 전혀 없다.

대신 "키오스크"로 불리는 터치 스크린 모니터가 자리잡고 있는 것이 눈에 띈다.

태평양은 이니스프리를 출시하면서 고객이 자신의 피부 타입에 맞는 화장품을 직접 고를 수 있다는 "맞춤형 셀프화장품"을 마케팅의 캐치프레이즈로 내걸었다.

그 역할을 하는 것이 키오스크다.

모니터상으로 "세안후 얼마나 볼이 당기는가""메이크업 후에는 볼에 번들거림이 어느정도인가"등의 질문이 뜨고 간단한 터치 스크린 조작으로 이에 응답해 가다보면 자신의 피부타입과 이에 맞는 이니스프리 화장품 모델이 제시되는 것이다.

물론 모니터의 내용을 출력할 수도 있다.

또 키오스크 옆에는 샘플용이 있어 제품에 대한 느낌을 즉석에서 확인하는 것도 가능하다.

태평양은 이를 위해 우리 여성들의 피부를 12개 유형으로 분류한 이니스프리 피부진단 프로그램을 자체 개발,이 키오스크에 입력해뒀다.

이해선 태평양 마케팅 상무는 "고객들은 이제 다른 사람의 권유가 아니라 열린 공간에서 자신에게 맞는 화장품을 선택하고 싶어한다"며 "고객의 잠재된 욕구를 실현시켜 준다는 취지에서 이같은 판매방식을 고안하게 됐다"고 말했다.

특히 키오스크를 통해 제품을 구입하는 경우 단품을 사는 것이 아니라 3~4개 제품을 연계 구매하고 있는 경향이 그 효과를 입증해 주고 있다.

<> 디지털 화장품 =태평양은 이니스프리의 출시와 함께 "이니스프리"( www.innisfree.co.kr )와 "나텍"( www.natec.co.kr )등 2개의 연결 인터넷 사이트를 개설했다.

이 사이트내에서 특히 눈에 띄는 것은 "당신이 화장품을 만든다면"이라는 코너.이를 통해 품질 측면에서 고객들의 희망사항을 알아내 이를 제품 생산에 반영한 것이 주효했다는 것이다.

또 이니스프리에 대해 고객들이 자신의 체험담과 의문점 등을 토론할 수 있도록 해 제품을 매개로 한 인터넷 커뮤니티를 형성한 것도 젊은층 고객층을 넓혀가는데 기여했다는 분석이다.

<> 마트형 화장품 =이니스프리는 유통경로에서도 차별성을 지니고 있다.

기존 화장품 판로가 방문판매 전문점 백화점 등에 국한돼 있던데 반해 이 제품은 할인점 전용으로 출시됐다.

고객들의 쇼핑 경로가 할인점으로 대이동을 시작한데다 외국계 화장품 업체들이 국내 할인점 시장 진출을 노리고 있어 이에 따른 선점효과를 노린 것. 이니스프리는 현재 E마트 까르푸 월마트 마그넷 등 국내 주요 할인점의 80개 매장에 입점해 있다.

특이할 만한 것은 입점해 있는 모든 할인점에서 화장품 브랜드중 매출 1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부 매장의 경우 점유율이 43%까지 이를 정도다.

자체 매출 추이도 지난 1월 1억원에서 3월 6억원,4월 10억원으로 급상승 곡선을 이어가고 있다.

이니스프리 브랜드 매니저인 태평양 신주홍 차장은 "현재 할인점이 화장품 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 정도에 불과하지만 2002년까지는 20%에 이르는 거대한 시장으로 자리잡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특히 외국계 화장품 유통전문업체의 국내 진출에 대비해 시장을 지키기 위해서는 이 시장에 대한 적극적인 개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성민 기자 smyoon@ 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