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 여의도에 있는 미국계 벤처캐피털 H&Q아시아퍼시픽 사무실.

바이오벤처 유진사이언스의 노승권 사장의 얼굴은 상기돼 있었다.

H&Q로부터 60억원이라는 거액의 투자를 받는 데 성공한 것이다.

"이번 쾌거는 투자유치 이상의 의미다. 한국 바이오 벤처의 기술력을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셈이다"고 그는 강조한다.

처음엔 H&Q는 유진사이언스가 개발한 신물질 "유콜"의 가치를 못미더워했다.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물질로 물에 녹는 것이 특징.

"이런 신물질이 한국에서 먼저 만들어지다니,믿을 수 없다"는 것.

3개월간 미국에서 전문 기술인력을 들여와 꼼꼼한 실사를 벌였다.

삼일회계법인과 법무법인 광장 등의 의뢰해 재무상황 등을 빈틈없이 점검했다.

그리고 H&Q본사의 탈린슈(Ta-Lin Hsu)회장이 방한,노 사장의 설명을 듣고 투자결정을 내렸다.

1백62만2천여주를 주당 3천7백원(액면가 1백원)에 인수해 전체 지분의 11%를 갖기로 한 파격적인 조건이었다.

노 사장은 서울대 미생물학과(79학번)를 졸업하고 한국과학기술원(KAIST)과 영국 더럼(Durham)대에서 생물공학 석사를 받았다.

지난 96년엔 유공(현 SK)에서 바이오텍 팀장을 지내며 30여 개의 신기술을 개발,유공 발명공로상을 받기도 했다.

곰팡이 제거제로 크게 히트한 "팡이 제로"가 노 사장의 대표적인 작품이다.

97년 유진사이언스를 창업한 뒤 노 사장은 국민기술금융 기보캐피탈 등으로부터 투자지원을 받아 연구개발을 지속했다.

그리고 지난해 수원대 정대원 교수팀과 함께 "유콜"을 개발해냈다.

유콜은 식물에서 나오는 자연계 콜레스테롤 물질인 플랜트스테롤과 수용성 유도체 물질과 결합해 만든 것.

한마디로 물에 녹는 콜레스테롤 저하물질이다.

이 물질을 녹인 음료수를 지속적으로 마시면 콜레스테롤이 평균 14%가량 내려간다고 유진사이언스측은 설명한다.

유진사이언스는 지난해 언론인 출신의 민국홍씨를 대표로 받아들여 "유콜"이라는 자회사를 따로 만들었다.

이 회사는 해외 마케팅은 물론 미국 영국 일본 등의 식품관련 당국으로부터 유콜을 승인받기 위한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플랜트스테롤과 수용성 유도체는 모두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인정 물질이어서 승인은 무난하다"고 노 사장은 설명한다.

또 그는 "일본내 최대 음료 그룹인 P그룹과 기술이전을 협의하고 있으며 다른 다국적기업들과도 라이선싱 계약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본격적인 유콜 제품의 생산을 위해 경기도 부천의 대지 3천3백여평 규모의 생산공장을 두산으로부터 지난해 인수했다.

개발에만 그치지 않고 완제품까지 유통시킬 수 있는 설비를 갖춘 것이다.

콜레스테롤을 1백% 제거한 우유 등의 생산이 시작되면 지난해 50억원에 이어 올해 1백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유진사이언스는 유콜에 이어 또다른 연구개발 프로젝트도 속속 진행하고 있다.

먼저 서울대 유전공학연구소 생화학연구실 황덕수 교수팀과 공동으로 우유 등에서 얻은 콜레스테롤을 원료의약용 스테로이드 호르몬으로 바꾸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동물척수가 아닌 값싼 우유나 콩 등의 원료에서 콜레스테롤을 뽑아내 미생물을 만들어내는 새로운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역시 콩이나 옥수수 등에서 전량 수입되고 있는 고순도 천연 토코페롤(비타민E)을 추출해내는 기술도 개발중이다.

아울러 미국의 세계적인 코팅회사 R사와 함께 기름 성분을 제거한 콩의 단백질로 쉽게 썩어 없어지는 환경친화적인 코팅지를 만드는 것도 추진하고 있다.

(02)338-6282~4

< 서욱진.김동욱 기자 venture@ked.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