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수 < 경희대 교수 / 아태국제대학원장 >


정부의 기능과 조직을 개편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교육부총리,여성부 신설 등도 논의되고 있으나 우리의 관심을 끄는 것은 단연 경제부총리제의 도입이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재경부장관을 경제부총리로 격상시키겠다는 시도는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왜 부총리제도가 필요한가에 대해서는 방향을 제대로 잡지 못하고 있다.

마치 "IMF위기"를 불러 온 것이 당시 재경원의 조직이 비대하고 권한이 과다한 것에 연유한 것처럼 떠들다가 이제 다시 정책조정기능의 강화라는 명분을 내세워 예전과 비슷한 조직으로 회귀하고자 하는 것 같아 씁쓸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경제부총리의 필요성은 세계 각국이 국가운영에 있어서 경제를 최우선시하고 있다는 데서 찾아야 한다.

세계 환경이 이념전쟁으로부터 경제전쟁의 시대로 바뀌었다.

글로벌화.정보화.자본이동의 자유화 등 급변하는 대외경제환경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경제부처가 필요하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국가는 경제위기를 자주 경험할 수밖에 없게 된다.

경제위기는 많은 나라에서 재발한 바 있다.

지난 번 위기의 사회적 비용이 엄청났다고 하나 위기가 재발될 시 그 비용은 훨씬 더 심각할 것이라는 점에 유념해야 한다.

우리는 진정 위기를 극복했으며 위기재발을 방지하는 장치는 구비됐는가.

정부조직개편의 초점은 바로 여기에 맞춰져야 한다.

정책부처간이나 이익집단간의 이해조정이 원활하게 되면 위기가 재발하지 않는다는 것은 순진한 발상이다.

우리 내부끼리의 조정은 필요조건에 불과할 뿐 충분조건은 되지 못한다.

우물안 개구리끼리 제아무리 협조해도 외부에서 날아오는 돌을 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IMF위기의 요인은 도덕적 해이,역선택,정보의 부재,국제투자자들의 군집행동 등으로 분석되고 해외 단기자본의 과다유입이나 경제구조의 취약성 등도 이러한 개념으로 설명된다.

그러나 우리 가슴에 더 큰 상처를 준 표현은 한국의 정부.기업.은행간의 밀착이 위기의 근인이었다는 지적이다.

한마디로 이번 조직개편은 이러한 국제사회의 부정적 인식을 불식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 추진돼야 한다.

IMF위기를 마치 우리의 힘만으로 극복한 것으로 착각해서는 안된다.

IMF로부터 우리가 지원받은 액수는 기록적이었다.

각 나라의 쿼터에 대비한 IMF 금융지원액을 비교하면,태국 5백5%,인도네시아 4백90%인데 비해 우리는 무려 1천9백39%에 달했다.

과거의 기록은 멕시코의 6백88%였다.

결코 그동안의 정부당국자나 국민의 노력을 낮게 평가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나 IMF의 도움이 절대적이었다는 점도 간과할 수는 없다는 의미다.

이번 조직개편에서는 부총리 산하에 국제경제문제를 담당하는 장.차관급 직책을 신설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각종 제도와 정책을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추도록 개혁하는 부서,즉 경제개혁부로 재경부를 탈바꿈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

우리가 회피할 수 없는 글로벌 추세에 우리의 체질을 적응시키도록 하기 위함이며 이것만이 외국인 혐오증이 가장 강한 우리나라가 앞으로 발전할 수 있는 유일한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싱가포르와 홍콩에 못지 않은 자유화를 추진하는 것도 목표로 삼아야 한다.

지엽적인 국제화나 자유화로서는 계속 발전할 수가 없다.

우리 사회를 외국이 본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우리가 선진국이 되고자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한국인이 자유롭게 경제활동을 못하게 하는 나라를 우리가 선진국이라고 일컫겠는가.

또 그런 나라가 잘 된 경우를 보았는가.

나라를 개방하고 자율화를 추구하는 것이 발전의 충분조건은 아니나 선결조건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글로벌 경제에서는 국제문제와 국내문제는 동전의 양면이라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국제적 시각을 고려하지 못한 정책은 실효를 기대할 수 없다.

새로운 직제의 신설은 조직의 비대화라는 측면에서 비판받을 소지가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중앙정부보다는 공기업을 포함하는 준정부나 지방정부가 비대하므로 이들에 대한 개혁에 박차를 가해 국민의 부담을 늘리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 경제의 제도와 정책,국민의 사고와 행동양식이 글로벌 추세에 부응하지 못한 것이 IMF의 근본요인이다.

정부의 정책조정이나 이익집단간의 이해조정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아니라 이보다 상위개념이 우리의 제도와 정책을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도록 개혁하는 것이다.

오히려 이러한 발전전략 없이 국가를 운영하기에 정책조정이 안되고 이익집단간의 투쟁이 격화되는 것이다.

현재의 안은 내부지향적 성향,국제적 감각의 미흡으로 특징지을 수밖에 없다.

< chskim@ khu.ac.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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