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석훈 < 성신여대 교수.경제학 >


"IMF 위기"가 우리에게 남긴 교훈은 투명하고 공정한 경쟁이 경제성장의 원동력이 되는 시장경제를 확립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그러나 당시 위기의 절박성으로 인해 시장경제를 만들기 위한 방안으로 정부개입이라는 가장 비시장적인 방법이 동원될 수밖에 없었다.

이제 표면적인 경제위기가 진정된 현 시점에서 지금부터의 정부 역할은 무엇인가에 대한 심각한 고민이 필요하다.

신관치금융의 논의와 그 폐해에 대한 지적이 활발한 가운데 지난 12일자 기사에서 제시한 신관치산업정책의 지적은 시의적절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대기업 벤처투자에 대한 경고, 유가결정 등에 대한 개입, 대기업본사의 지방 이전 등 기업의 경영전략에서부터 구체적인 가격결정과정까지 개입하는 정부의 행태는 말로는 시장자율을 내세우면서도 툭하면 경영에 간섭한다는 기사의 헤드카피가 적절하게 표현했다.

그런데 이러한 문제의식이 기사의 모든 부문에 적용되는 것 같지는 않다.

최근 정보혁명을 거치면서 IT에 대한 투자는 모든 기업들에 필수적인 사항이 됐다.

최근의 연구결과를 종합하면 IT에 대한 투자가 기업의 생산성은 향상시키지만 이익의 증가를 가져오지는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도 기업들이 IT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것은 이 분야에 대한 투자 없이는 앞으로 전개될 디지털세상에서 생존자체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11일자 기사에서는 비록 한은 보고서를 인용하는 형식을 취했지만 은행권의 IT부문에 대한 1조원 과잉투자를 보도하고 있다.

과연 누구의 판단 기준으로 과잉투자인지, 그리고 왜 1조원이 과잉투자인지 정말로 궁금하다.

8일자 사설에선 경상수지 흑자 대책수립을 촉구하고 있는데 여기에서도 최근의 자본재도입 증가가 과잉중복투자의 우려가 없는지를 면밀히 검토해 보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누가 검토를 해야 한다는 뜻일까.

신관치 산업정책을 비판하면서 신관치를 요구하는 듯한 기사처럼 보인다.

한편 정부부문에 대한 비판 못지않게 시장의 불공정게임에 대해서도 적절한 보도가 필요하다.

10일자 39면에서 보도한 삼성SDS의 신주발행금지 가처분조치나 13일자 증권면에서 짧게 보도한 LG화학의 대주주 관련 불공정행위에 대한 기관투자가들의 대책요구 주장 등은 보다 비중 있게 다루어져야 하는 기사였다고 판단된다.

정부보다 시장이 중요하다고 할 때 그 시장은 공정한 게임의 규칙이 적용되는 시장이지 일부의 플레이어들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시장을 의미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지난주 세간의 화제는 부적절한 관계와 동시 개봉된 로비라는 소설이었다.

그러나 국내언론의 관련기사 대부분은 사건당사자의 부인 또는 부재로 인해 정말로 3류소설 수준 이상이 되지 못했다.

이 가운데에서 한경의 로비문제에 대한 심층보도와 로비스트의 합법화 공론화는 나름대로 책임있는 언론의 자세를 보이려는 노력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11일자 사설에서 제기한 로비양성화 방안이 우리 나라의 현실상황에서 실효를 거둘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보다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부분으로 보인다.

현대자동차가 주축이 돼 세계적인 자동차회사들과 함께 월드카를 생산하기로 했다는 기사는 듣기만 해도 기분이 좋은 일이다.

그런데 현대자동차의 발표 이후 전개된 상황들을 보면서 왜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는 다임러크라이슬러와의 인터뷰를 통해 현대와의 합작계획 자체를 부인하는 기사를 전 세계에 내보낸 반면 세계적 뉴스의 진원지였던 한국의 언론들은 왜 관련 외국회사들의 기본적인 입장조차 취재하지 않은 채 기사를 썼는지에 대해 진한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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