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대 총선 출마자들의 선거비용 신고가 지난주말 마감됐다.

그 결과 출마자 1인당 평균 선거비용은 6천4백여만원에 불과했으며 1억원 이상을 썼다고 신고한 후보는 찾아보기 힘들다.

신고액수만 놓고 보면 16대 총선은 그야말로 전례없이 깨끗한 선거였다.

문제는 후보자들의 신고액을 그대로 믿는 국민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군소정당이나 무소속 후보는 몰라도 거대정당의 후보들에 대해서는 더욱 그렇다.

유력 정당 후보들의 신고액에 신뢰가 가지 않는 이유는 한두가지가 아니다.

공식 선거운동에 돌입하기 전부터 "20當 10落" 얘기가 공공연히 나도는 등 극도의 금권선거가 판을 쳤다.

한 정치신인은 "출마사실을 알리는데만 2억원을 썼다"고 토로했다.

비단 이 신인만의 얘기는 아니다.

한 출마자는 "지구당 개편대회를 치르는데 1억원 이상이 소요됐다"고 말했고 또다른 당선자도 "당에서 3천만원이 내려오면 순식간에 없어지더라"며 어려움을 토로한 바 있다.

그런 후보들이 정작 한표가 아쉬운 선거운동기간중 평균 6천여만원으로 선거를 치렀다고 강변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선거운동기간중 각당에서 백중후보에 내려보낸 선거자금도 적지 않다.

수도권의 경우 후보의 선거판세에 따라 최소 수천만원에서 수억원대의 돈이 내려갔다는게 정설이다.

신고액만 보면 당에서 내려보낸 자금도 다 사용하지 않았다는 얘기가 되니 설득력을 얻기가 어려운게 사실이다.

선거가 끝난지 한달이 지났는데도 여야는 부정선거 공방을 계속하고 있다.

여야 당선자 1백여명이 고소 고발된 상태다.

대부분 금품살포 등이 이유다.

신고액 자체가 허구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실제 "선거비용으로 얼마나 썼느냐"는 질문에 대부분의 당선자는 확실한 답변을 회피한채 어색한 웃음을 감추지 못한다.

한 재선의원은 "법정선거 비용 한도내에서 신고할 수밖에 없지 않으냐"며 "선거자금을 얼마나 썼는지 지금 밝히면 큰일 난다"고 고개를 저었다.

당선자 스스로 부끄러워하는 신고액을 국민 보고 믿으라니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것이 아닐 수 없다.

나는 "마음대로", 국민은 "법대로"라는 이중잣대는 곤란하다.

정치인의 "거짓말 잔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라도 중앙선관위의 철저한 실사가 이뤄져야 한다.

이재창 정치부 기자 leejc@k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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