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씨는 남편의 실직으로 창업을 준비하던중 친구가 운영하는 사철탕집 일을 거들게 됐다.

생계를 위해 무슨 일이든 해야 했던 이씨에게 친구는 자신이 운영하는 음식점을 처분하려고 하니 인수해 운영해 보라고 했다.

사철탕을 전혀 먹지 못하는 이씨였지만 생활을 위해서는 무조건 돈을 벌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점포를 인수했다.

음식 솜씨는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만큼 자신이 있는데다 재료구입 및 음식 맛을 친구에게 전수받을 수도 있어 큰 어려움은 없을 것 같았다.

점포 위치는 서울 외곽지역의 주택가 재래시장 근처였다.

10평 남짓한 규모의 점포를 권리금과 보증금을 포함해 1천5백만원에 인수했다.

재료 구입 및 조리법은 친구로부터 배웠지만 열심히 조리해도 친구가 내던 것과 같은 맛을 내기는 어려웠다.

그럼에도 인건비 절약을 위해 직접 주방 일을 했다.

개업 초기에는 이전의 단골 손님들이 많이 찾아와 하루 평균 50만~60만원 정도의 매출이 유지됐다.

그러다가 2년이 지난 후 IMF체제위기가 터지면서 점차 고객이 줄기 시작했다.

단골들의 발길이 뜸해지고 여름 한철 장사 외에는 별다른 매출을 기대하기 어려웠다.

게다가 계절별 매출 격차가 더욱 심해져 비수기에는 버틸 수 없을 정도로 장사가 안됐다.

매출이 떨어지면서 재고를 처분하는 문제도 보통 심각한게 아니었다.

보신탕 식자재는 신선함이 생명.묵은 재료를 사용하면 맛이 달라지기 때문에 한번 삶아놓은 양은 당일에 모두 팔아야 했다.

도매상과 거래하다 보니 넉넉하게 주문했는데 그러다보니 남은 재고는 고스란히 손실로 쌓였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주변 친구들에게 보증섰던 것이 문제가 되어 은행 채무대납을 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가게 운영이 제대로 안돼 가게 보증금도 월세로 날아가버린데다 뜻밖의 채무까지 떠안게 된 것이다.

가뜩이나 손님이 줄어든데다 금융사고 처리하느라 점포를 비우는 일이 잦아졌다.

점심때 잠깐 영업하고 나머지 시간은 문을 닫곤 하자 그나마 얼마 안되던 단골도 줄어들었다.

결국 점포 보증금까지 날린 이씨는 가게를 정리할 수밖에 없었다.

L씨의 가장 큰 실패원인은 물론 경기 불황이다.

불황이 오면 서민층과 주택가의 소비,기호상품이나 식품의 소비가 가장 먼저 줄어드는데 이씨는 이 두가지 모두 해당되는 사례였다.

두번째는 적성에 맞지 않은 업종을 택했다는 점이다.

사철탕은 점주의 노력에 따라 맛이 좌우되는데 아예 사철탕을 먹지도 못하는 처지라 독특한 맛을 개발하는데는 한계가 있었다.

식자재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것도 한 요인이다.

매출이 줄어드는데도 재료 구입을 줄이지 않고 기존 수요량만큼 재료를 구입한 것이 문제였다.

수요량에 맞게 탄력적으로 대응했다면 재고 손실을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개인적인 일에 쫓겨 점포 관리에 소홀해진 것도 빼놓을 수 없다.

모든 사업,특히 소매업은 사장의 헌신이 있어야만 성공할 수 있다.

하지만 뜻하지 않은 채무보증문제 처리로 가게를 자주 비우다보니 고객에게 안정감과 신뢰를 주지 못했던 것이다.

[ 이경희 한국창업전략연구소장 천리안 GO LKH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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