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욱 < 전문위원 shindw@ked.co.kr >


국내 외환시장에 폭풍 전야의 정적이 흐르고 있다.

올 들어 원.달러 환율의 하루 중 변동폭이 1월 평균 9원대에서,2월 6원대,3~4월 3원대로 줄어든데 이어 이 달 들어서는 1원 수준으로 떨어졌다.

언뜻 보기에 반가운 환율안정 같지만 외환시장 관계자들은 이를 폭풍 전야의 고요함으로 해석한다.

당국의 개입에 따른 인위적 안정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심지어 외환위기 재연을 점치는 극도의 불안감까지 내보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원.달러 환율에 대한 외국인들의 영향력이 날로 커지고 있어 불안감이 더욱 증폭되고 있다.

지난 주 한국금융연구원에 따르면,원.달러 환율의 하루 변동폭 중 외국인 주식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해 3.4%에서 올해 20.3%로 급증했다.

특히 외국인 주식투자성향이 열흘 후 환율변동에 미치는 효과는 48.8%나 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마디로 한국 돈 가치가 외국인 수중에 들어있다.

이는 올 들어 무역수지 흑자 폭이 크게 줄어 상대적으로 외화 유입량이 외국인 주식투자자금으로 좌우되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이런 상황에서 외국인들이 국내 주식에 투자해 놓고 있는 650억 달러 안팎의 자금 중 지극히 일부라도 어떤 계기로 한국에서 빼내간다면 시장에는 일대 혼란이 일어날 수도 있다.

지난해와 올해 새로 증시에 유입된 외국인 자금 120억 달러가 주로 단기성 자금이란 점에서 더욱 그렇다.

문제는 이제 이탈 여부가 아니라 그 시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와 관련해 굿모닝증권은 원.달러 환율 1,100원대가 깨질 때가 바로 그 시점이라고 전망했다.

이 수준 이하로는 더 이상 환율하락이 어려워 이때 외국인들이 환차익 실현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이다.

월간 무역수지가 적자로 돌아서는 시점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지난 주 김영호 산업자원부 장관은 "우리 경제가 무역적자위협에 직면해 있다"며,이런 상황을 방치할 경우 "멕시코 행을 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고 말했다.

아시안 월스트리트 저널은 환율안정과 저금리가 동시에 달성될 수 있다는 헛된 망상이 깨질 때,즉 저금리 정책을 포기할 수밖에 없을 때라고 내다봤다.

이 신문은 한국 등 아시아국가들이 외환위기를 계기로 변동환율제를 채택하고서도 시장개입이 여전하다며 이로써 또 한차례 곤욕을 치를 것이라고 했다.

자금이탈은 느닷없이 발생할 수도 있다.

지난달 28일 죠지 소로스가 자신의 양대 펀드,퀀텀펀드와 쿼타펀드를 사실상 폐쇄한 것이 그 좋은 예다.

퀀텀펀드 운용책임자 스탠리 드러큰밀러는 "주식시장은 이제 미치고 돌아버려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위험하게 됐다"며 갑작스런 주식시장 발빼기를 설명했다.

그러면 제2의 외환위기 예방책은 무엇인가.

근본적 해법은 물론 경상수지 흑자 유지,그것도 100억 달러 이상의 흑자 유지에 있다.

한국은행이 하반기부터 서서히 금리를 올려 경제성장속도를 늦춰야 한다는 처방을 내놓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잠재성장률을 넘는 과열 성장은 경상수지 악화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산업자원부도 이에 공감한다.

다만 그렇게 할 경우 증시가 냉각돼 그 나름대로 자금 이탈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 문제다.

진퇴양난이다.

아시안 월스트리트 저널은 외환시장에 정부가 일체 개입하지 말고 그때그때 시장 내 압력이 환율변동으로 해소되도록 내버려두라고 처방한다.

그러나 이 경우엔 또 환율 급등락에 따른 실물경제 교란이 문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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