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기관의 투명성을 제고하고 내부통제 시스템을 갖춘다는 명분으로 도입되는 준법감시인 제도가 개념 규정,활동 범위등을 둘러싼 당국 간의 시각차가 적지 않아 시행령조차 확정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매우 답답한 일이다.

당장 결산 주총을 치러야 하는 증권사들은 이와 관련된 인사문제로 곤란을 겪고 있고 이미 준법감시인을 임명한 일부 은행들도 이름만 걸어놓고 있는 처지일 뿐 본연의 업무는 시작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재경부와 금감원이 뚜렷이 대립하고 있는 부분은 자격 요건이다.

재경부는 "해당 금융기관에서 5년 이상 근무한 자"로 선임요건을 제한하자는 주장이지만 금감위가 이에 반발하면서 아직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금감위는 "금융기관 경력자로 감시인을 선임하게 되면 필시 내부인사들이 선임되게 마련이고 결국 독립성이 훼손된다"는 점을 반대 근거로 내세우고 있지만 재경부는 경력 요건을 두지 않을 경우 금감위와 금감원등 감독당국 출신 인사들이 대거 낙하산으로 내려갈 것이라는 반론을 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재경부나 금감원의 주장이 모두 일리가 없지 않다고 할 것이다.

금융감독 기구에서 통제 업무를 익힌 인사들을 기용하는 사례가 잦은 외국의 경우를 보면 금감원의 주장도 설득력이 없지 않다.

반면 낙하산 인사와 관치 금융의 폐해를 생각한다면 재경부의 주장도 옳다고 본다.

그러나 준법감시인과 관련해 시일을 끌면서 토론할 과제가 오직 낙하산 방지책이라면 이는 매우 실망스런 일이라 하겠다.

낙하산 문제는 본질적으로 제도가 아니라 운용을 통해 해결해야할 성질의 것이다.

기존의 상법상 감사와는 달리 주주가 아닌 최고경영자에 대해 책임지는 자가 준법감시인이라면 이는 해당 금융기관의 자율에 맡겨도 될 일이라고 본다.

준법 감시인 기준가 과련한 토론이 밥그릇 논쟁이라는 인상을 주는 것 자체가 매우 고약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