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일은 언제나 승리하며 그 대가를 가져다 준다/우리 모두는 나일을 자랑스럽게 여기며 /나일과 함께 살아 간다"

저녁노을에 물든 나일강 상류 아스완지역에서 플루카(돛단배) 사공 아메드씨는 전통악기 도프(염소가죽으로 만든 북)를 두드리며 이렇게 노래한다.

"나일강의 선물" 이집트는 인류 최초의 고대문명을 일궜고 그 찬란한 유적은 오늘에 현존한다.

피라미드와 신전들이 그것이다.


궁전이 유적으로 남아 있지 않는 것은 고대이집트인들이 현세보다 내세를 중시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피라미드는 이집트인에게 육신을 떠난 영혼이 언젠가는 돌아와 영생을 누리는 공간이었다.

왕의 사체는 재생의 그날까지 완벽하게 보존돼야 했기 때문에 미라로 처리됐다.

왕이 생전에 사용하던 집기들은 부속방에 함께 안치됐다.

대표적 피라미드는 카이로 서편 기자지구에 있는 쿠푸왕의 것이다.

4천5백여년 전에 지어진 이 무덤은 고대 이집트 문명의 총체다.

피라미드의 밑변 한변의 길이는 2백30.7m, 높이는 1백46.7m로 지어졌다.

각 모퉁이는 정확하게 동서남북을 가리킨다.

높이를 10억배 연장하면 지구와 태양과의 거리인 1억4천6백94만여km가 되고 밑변 둘레를 높이의 2배로 나누면 3.14..., 즉 원주율(파이)의 값이 된다.

하지만 피라미드 속은 도굴로 인해 텅 비어 있다.

미라도 유품도 사라졌다.

고왕국시대 피라미드들이 이처럼 도굴을 당하자 3천~4천여년 전의 중왕국과 신왕국시대의 왕들은 산속에 암굴을 뚫고 미라와 유물을 묻은 뒤 입구를 감추는 방식을 택했다.

18세때 요절한 투탕카멘왕의 무덤은 이같은 방식으로 도굴을 피했다.

거대한 목관속 석관 금관 등 8겹의 관에는 황금마스크를 쓴 왕의 미라가 안치돼 있었다.

투탕카멘과 람세스2세 등 신왕국시대 왕들의 무덤은 나일강 중류에 있는 도시 룩소르의 서안에 모여 있다.

이른바 "왕가의 계곡"이다.

60여명 왕의 무덤을 비롯 왕비와 귀족까지 5백여개의 무덤이 발견됐고 아직도 발굴작업이 진행중이다.

역사의 계곡속에 파묻혀 영생을 기원했던 것은 아이로니컬하다.

건조한 사막기후는 미라를 오랫동안 보존하기에 안성맞춤이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투탕카멘왕 등 10여명 왕의 암굴무덤이 공개되고 있다.

무덤속의 벽화에는 왕의 이력, 신과의 교감을 통한 부활기원, 도굴범의 처형모습 등이 상형문자와 그림으로 생생하게 남겨져 있다.

인물들은 전부 옆모습으로 그려졌다.

작은 공간에 가장 많은 이미지를 담은 화법이라고 한다.

벽화의 단순화된 이미지들은 피카소 등 숱한 현대화가들에게 영감을 불어넣었다.

룩소르 동안에는 룩소르신전과 카르나크신전 등 대형 신전이 우뚝하다.

파라오가 신관들의 도움을 받아 태양신에게 제사를 지내던 곳이다.

이집트 최대 신전인 카르나크는 태양신을 상징하는 오벨리스크(첨탑)와 거대기둥, 람세스2세 거상 등으로 관람객들을 압도한다.

거대기둥들의 상륜부장식은 그리스기둥건축 코린트양식과 흡사해 이집트가 그리스문명의 원형이었음을 방증한다.

룩소르신전에는 람세스2세 거상들이 더욱 완전한 모습으로 보존돼 있다.

람세스2세는 재위 67년동안 히타이트족 등과 싸워 이겨 평화를 가져온 군주였지만 현시욕이 지나쳤던 왕이었다.

재위기간중 각종 신전에 자신의 거상을 숱하게 만들었고 오벨리스크에는 선조왕들의 업적을 지워내고 자신의 치적을 채워 넣었다.

이집트 최남단 아스완 댐 근처에 세운 아부심벨신전도 그 증좌다.

신전 안팎에는 그의 거상이 12개나 된다.

신전 안쪽에는 3명의 신상과 람세스2세상의 어깨 높이를 같게 해 신과 동등한 반열임을 선언한다.

고대 이집트인들의 "신에 대한 열망"과 "영혼 불멸의 가치관"에서 현대인들은 과연 얼마나 벗어나 있을까.

카이로=유재혁 기자 yoojh@ked.co.kr

---------------------------------------------------------------

[ 여행메모 ]

대한항공은 매주 월.목요일 카이로행 직항을 띄운다.

이집트 입국에는 비자가 필요하다.

이집트에선 파운드가 사용되며 달러당 약 3.7파운드에 거래된다.

겨울과 봄철이 관광성수기다.

국내에선 이집트와 이스라엘 등을 묶은 성지순례상품과 이집트와 그리스 터키 등을 엮은 지중해 패키지상품이 나와 있다.

고려여행사(02-771-3100)와 성지순례여행(02-7369-114)은 카이로와 예루살렘 등을 돌아보는 상품을 1백49만~1백89만원에 판매한다.

김&류투어(02-771-3838)와 여행명가(02-3481-2201)는 이집트 카이로와 룩소르를 거쳐 그리스와 터키를 탐방하는 8박9일 상품을 2백9만~2백34만원에 내놨다.

문의:이집트관광청 서울사무소(02-795-0282)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