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석 < 국회의원/새천년민주당 me2030@ms2030.or.kr >

"슛,골인!"

흥분한 아나운서의 목소리가 높았다.

자로 잰 듯 정확하게 골포스트 안쪽을 맞춘 왼발 슛은 곧 그물을 출렁이게 했다.

중계를 보고 있던 사람들이 모두 자리에서 일어났으니,경기장에서 직접 보던 축구팬은 얼마나 더 신이 났을까.

다들 이날의 경기로 최근 연패를 계속하던 한국 축구의 자존심을 지켰다고 했다.

한명이 퇴장을 당해 열명이 싸우면서도 오히려 수의 불리함을 극복하고 값진 승리를 얻었다는 말도 예상했던 대로 꼭 덧붙여졌다.

승리의 흥분이 가라앉았을 터이니 이제 좀 지난 한.일전 축구 얘기를 해보려 한다.

이날 승리를 단지 승패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속 시원하다"는 식의 얘기가 맞을는지 모른다.

물론 이런 시원한 마음을 필자도 함께 느꼈다.

하지만,이번 한번의 승리가 그렇게 기쁜 일만은 아니다.

양팀 모두 승리에 대한 집착이 너무 크지 않았을까.

친선경기임에도 경고가 잇달았고 퇴장선수까지 나왔다.

이런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어느 국제경기에서 2위를 차지한 한국 선수는 그 분한 마음에 인터뷰를 거절하였는데,3위를 차지한 다른 외국선수는 인터뷰를 하며 기쁨을 이기지 못했다 한다.

누구나 우리 선수라면 그랬을 것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스포츠를 이기고 지는 문제로 생각하는 것이 꼭 나쁜 일만은 아니겠지만,지나치게 승부에 집착하는 것은 기형적이라 할 수 있을 만큼 스포츠의 왜곡된 모습을 만든다.

초등학교부터 시작해서 사회인 축구에 이르기까지 일본의 축구는 탄탄한 기반을 가지고 있다.

국가대표 경기 때마다 우리에게 연전연패하던 일본은 축구에 대한 꾸준한 투자를 아끼지 않아 왔다.

일전에 인터넷을 살피다가 일본 축구협회에 등록되어 있는 리그와 팀,그리고 선수들의 어마어마한 숫자를 보고 무척 놀랐다.

올림픽에서의 메달수가 우리 국민의 스포츠수준과 건강한 정도를 말해 주는 것은 아니다.

이제 거꾸로 보자.

국민들의 건강한 삶을 위한 스포츠,그리고 이런 넓고 탄탄한 저변을 기반으로 얻어지는 승리와 메달이 더 값지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