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 Ecomonist 본사독점전재 ]

지난 4월말 세계적 헤지펀드인 소로스펀드의 조지 소로스 회장은 앞으로 고위험 고수익의 투기적 투자전략을 포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우리는 한 시대를 마감하고 있으며 헤지펀드의 대형투기시대는 끝났다"고 말했다.

이와함께 "(금융)시장으로부터 투자금을 빼내니 이렇게 행복할 수 없다"고 토로하기까지 했다.

이보다 앞서 한달전인 3월엔 소로스펀드만큼 유명한 타이거매니지먼트펀드의 줄리언 로버트슨은 자신이 운영해온 타이거펀드의 해체를 선언했다.

소로스는 이번 결정으로 사실상 그가 국제금융시장의 메커니즘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음을 시인한 셈이다.

그는 소로스펀드의 양대축인 퀀텀펀드와 쿼터펀드에 대한 개편의사도 밝혀 사실상 이들 펀드의 해체를 선언했다.

이는 금융시장이 비정상적으로 불안할 때 일부 큰손들이 잠시 시장을 떠나는 것으로 비쳐질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안에는 중요한 의미가 들어있다.

우선 적중률 높은 투자전략으로 이름높은 미국의 투자가들이 하나씩 일선에서 물러나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그들이 이성적이라고 판단했던 시장도 반드시 그들의 생각처럼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합리적이라고 여겨졌던 주가 평가방식도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으며 자산과 경제적 변수 사이의 함수관계도 더 이상 성립하지 않는다.

한 전문가가 "주식시장은 이성을 잃어버렸을 뿐 아니라 믿을 수 없을 만큼 위험하다"고 말한 것도 이 때문이다.

퀀텀펀드는 지난해 하반기 퀄컴 베리타스 등 수많은 기술주들에 집중 투자했다.

그러나 나스닥시장이 지난 3월과 4월 큰 폭으로 떨어지면서 소로스는 25억달러에 달하는 엄청난 손실을 입었다.

그럼에도 불구,퀀텀펀드측은 당시 이 투자전략 자체는 훌륭한 것이었다고 주장했었다.

그러나 이제 소로스와 퀀텀펀드는 더 이상 기술주에 대한 투자를 고집하지 않는다.

실제로 기술주는 과대평가돼 있다는 것이 일부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결과적으로 시장의 흐름을 제대로 읽어내지 못해 투자자들에게 피해만 입힌 셈이다.

고수익률을 자랑해온 헤지펀드가 사실상 종언을 고한 셈이다.

타이거펀드도 지난 98년 9월 급격한 엔고로 20억달러의 손실을 보았다.

지난해엔 국제유가상승과 유로화가치 하락으로 타이거펀드에 돈을 맡긴 많은 고객들이 거액의 투자손실을 감수해야 했다.

세계 1,2위의 헤지펀드인 퀀텀과 타이거펀드의 해체는 그동안 이들 펀드들이 국제금융시장의 안정에 위협이 돼 왔으며 이들의 활동을 규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여온 각국 당국자들에겐 반가운 소식이 될 것이다.

미국 의회는 대규모 펀드들에 대해 그들의 활동을 보다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을 주내용으로 하는 법안의 제정을 고려하고 있다.

세계적 대규모 펀드가운데 퀀텀과 타이거펀드가 해체됨으로써 이제 대형 헤지펀드 군에는 무어캐피털(자산규모 1백20억달러)과 튜더투자(자산규모 20억달러) 등만 남게 됐다.

소로스는 그러나 또 다른 기회가 있다는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

퀀텀과 타이거펀드는 다같이 주식헤지펀드에서 출발했다.

차츰 덩치가 커지면서 이들은 투자경험이 거의 없었던 부문에 대해서도 투자하기 시작했다.

이것이 오늘날 패인의 한 원인이다.

반면 튜더와 무어캐피털은 선물시장에서 출발,다양한 투자경험을 쌓아가면서 세를 불려 나갔다.

미국의 금융연구소중 하나인 타스의 니콜라 미아덴 사장은 "어쨌든 퀀텀과 타이거펀드의 퇴장과 함께 전형적인 대형 투기펀드의 시대는 종말을 고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지 5월12일자>

정리=김재창 국제부 기자 charm@ 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