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복장의 한계를 어디까지 인정해야 하는가.

미국 기업들이 요즘 이 문제로 고민하고 있다.

시대의 조류로 자리잡은 "유연성"에 부응하기 위해 많은 기업들이 임직원들에게 복장 자유화 조치를 내린 결과,예기치 않았던 문제점들이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딱딱한 정장 일변도로부터 임직원들을 해방시킨 것 까지는 좋았는데,요즘 돌아가는 꼴은 해방을 넘어 방종으로 치닫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주말 야외 나들이때나 어울릴 법한 캐주얼 복장은 점잖은 편이다.

남자 직원들은 면도를 생략해 수염이 더부룩하기 일쑤고,여자들은 가슴이 깊게 패인 탱크 톱 패션에 샌들, 핫팬츠를 입고 출근하기가 다반사다.

기업 경영자들을 곤혹스럽게 만드는 이런 풍경은 젊은이들이 몰려있는 실리콘 밸리 일대에만 해당되지 않는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정장 패션의 대명사로 통했던 맨해튼 월가의 프로들 세계에까지 침투됐다.

간판 증권회사인 모건 스탠리가 최근 주5일 복장 자유화 조치를 단행한 데 이어 상당수 금융회사들이 뒤를 따르고 있는 중이다.

유능한 젊은 인재를 되도록 많이 확보하기 위해서는 복장 자유화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실리콘 밸리에서 불어온 "청바지 캐주얼 혁명"이 점잖은 금융도시인 월가까지 뒤흔들고 있는 형국이다.

미국 인사관리협회에 따르면 종업원수 5천명 이상인 미국내 기업들 가운데 51%가 복장 자유화조치를 시행중인 것으로 조사됐다고 한다.

자유 복장으로 임직원들을 근무시키는 직장이 그렇지 않은 곳보다 많게 되면서 기업에서의 "캐주얼 신드롬"은 새로운 사회적 문제로까지 비화되고 있다.

ABC-TV는 최근 뉴스 특집을 통해 젊은 직장인들이 캐주얼 복장과 노출을 혼동하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일부 젊은 직장여성들의 차림새는 나이트 클럽에서의 "해피 아워(술자리)"를 연상케 할 정도로 도를 넘어서고 있다는 것이다.

뒤늦게 일부 기업들은 복장 자유화에 대한 수정 조치를 내놓기 시작했다.

버튼다운 셔츠나 드레스 샌들은 되지만 배꼽이 드러나는 웃옷이나 청바지,운동화는 안된다는 등의 규정을 마련하는 중이다.

미국의 닷컴 열풍과 캐주얼 혁명을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실시간"으로 뒤따르고 있다는 소리를 듣는 한국의 기업들도 한번쯤 생각해 볼 화두일 것 같다.

뉴욕=이학영 특파원 hyrhee@earthlink.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