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젊은이들은 취직할 때 이력서를 쓰고,중국인들은 합동서(계약서)를 쓴다"

베이징의 한 대기업 인사담당 상사원은 한국과 중국 노사관계를 비교하며 이같이 말했다.

"노동합동제(노동계약제)"가 중국에서 일반화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합동서는 사측과 노동자가 고용관계를 맺으면서 근로조건을 명시한 일종의 계약서다.

임금 근무시간 해고 고용기간 등의 조건을 규정하고 있다.

중국 노사관계를 얘기할 때 흔히 등장하는 단어가 "철밥통"이었다.

정부나 기업이 근로자들의 평생고용 및 복리를 보장해준다는 의미다.

그러나 지난 20여년간 개혁 개방정책이 추진되면서 철밥통은 깨진지 오래다.

국유기업 개혁에 따라 최근 수년간 매년 1천만여명 이상의 직원들이 직장에서 쫓겨나야 했던게 이를 단적으로 말해준다.

철밥통이 사라지면서 생긴 공간은 지난 95년 노동법 개정으로 도입되기 시작한 합동서가 채우고 있다.

베이징시의 경우 국유기업 및 외국투자기업중 노동합동제도를 채택한 업체 비율은 99%에 달한다.

정부정책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사영기업은 91%에 이르고 있다.

노동합동제도 도입으로 발생한 가장 큰 변화는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높아진 것이라고 현지 상사원들은 말한다.

고용주와 노동자는 합동서가 규정하고 있는 내용을 지키면 된다.

계약기간 만료후 사측이 또다시 합동서를 연장하지 않으면 해당근로자는 해고다.

합동서 규정대로 해고후 2개월여의 급여를 더 주면 그 뿐이다.

실제로 선전의 한 한국기업은 최근 이같은 방식으로 잉여인력 2백명(전체직원의 약 30%)을 해고했다.

어느 누구도 해고에 대해 부당성을 제기하지 않았단다.

노동합동제는 노동자들의 직업관 역시 변화시키고 있다.

그들의 의식속에는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이 사라져가고 있다.

능력이 있으면 언제든지 더 좋은 보수를 제공하는 직장으로 옮길 수 있다는 생각이다.

이때문에 중국에 진출한 국내기업들은 조금 일한다 싶으면 다른 직장으로 옮기는 현지 직원들 때문에 고생하는 경우가 많다.

급여를 더 주는 다른 외국기업에 인재를 빼앗기는 것이다.

중국의 노사관계가 우리나라보다 선진화 됐다고는 말할 수 없다.

그들은 실질적인 노조가 없다.

그러나 중국 노동시장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빠르게 유연해지고 있음을 부인키 어렵다.

[ 베이징=한우덕 특파원 woodyhan@ked.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