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홍상화

외화차입 목적으로 진성호회장과 함께 뉴욕 플라자호텔에서 묵고 있는 대해실업의 기획담당 이사 이현세는 호텔 식당에서 아침식사를 마친 후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그는 앞에 앉은 스티브 김에게 시선을 주었다.

외화차입을 주선하고 있는 미국 투자회사의 직원인 스티브 김은 "U.S.Today"일간지를 뒤적이고 있었다.

1997년도 미국 무역적자 예상수치가 발표된 기사가 보였다.

사상 최악의 무역적자라는 타이틀이 보였다.

"무역적자가 연간 1,000억달러이상 쌓이는데도 미국이 힘을 발휘하는 이유가 뭐지요?"

이현세가 물었다.

"수.출입이 GDP의 15%정도이므로 경제단위에 비해 별것 아니라는 거지요.

그리고 미국의 자본이 벌어들이는 이익이 무역적자를 훨씬 초과하니까요"

"그렇더라도 연간 1,000억 달러가 넘게 무역적자가 쌓이면 문제가 되지 않을까요?"

"되지요. 하지만 미국의 정책은 수입을 억제하기보다 수출을 늘리는 데 주력한다는 거지요.

수입은 미국 경제에 물가를 안정시키는 역할과 경제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하므로 그건 그대로 두고 외국의 무역 장벽을 허물어 미국의 수출을 늘린다는 거지요.

결국 문제는 일본입니다.

일본의 국내 수요만 늘릴 수 있다면,일본이 미국 무역적자의 근원이니 해결될 수 있지요"

"일본 시장을 개방시킬 수 있을까요?"

"이젠 가능할 겁니다. 구소련의 몰락으로 일본을 밀어붙일 수 있을 테니까요"

"바야흐로 미국의 제국주의 시대가 도래했군요"

"그렇습니다. 인류의 역사는 제국들의 흥망성쇠로 이루어졌지요"

"인류 역사의 흥망성쇠 과정을 어떻게 보시나요?"

이현세가 물었다.

"기원전 페르시아제국과 알렉산더 대왕의 제국에 이어 로마제국이라는 막강한 제국이 오랫동안 군림했지요.

지역은 다르지만 칭기즈칸의 몽고제국도 아시아 대륙과 동구를 지배했고,현재의 터키인 오스만제국이 지중해 연안을 지배하는 시대가 시작되었지요.

그 다음으로 나폴레옹의 프랑스도 한때 제국을 이루었다고 봐야지요.

그 다음으로는 영국이 식민지 정책 아래 제국을 이루었고요.

일본도 대동아 공영권을 내세우며 제국화를 시도했으나 제2차 세계대전으로 끝을 맺었다고 봐야지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구소련의 제국이 아시아 일부 대륙과 흑해 연안에 군림했었지요.

몇 년 전 붕괴하기 전까지는요"

"그 다음은 미국 차례인가요?"

"미국의 제국주의는 이전의 제국과는 다른 양상을 띠고 있지요.

정치적 지배가 아닌 경제적 지배를 목표로 하고 군대의 침범이 아닌 자본의 침범으로 지배를 하지요"

"소위 말하는 미국 제국주의는 얼마나 오래갈까요?"

"오래가진 못할 겁니다. 역사적으로 제국의 지배 시기는 점점 짧아지고 있으니까요.

구소련 제국은 기껏 70년 동안이었습니다"

스티브 김이 말했다.

그때 식당에 들어서는 진성호의 모습이 보였다.

젊음의 힘은 뉴욕에 와서도 지칠 줄 모르는 것 같았다.

진성호는 트레이닝 차림이었고 센트럴파크에서 조깅을 마치고 오는 길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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