룩소르.카이로에서 비행기로 날아 한시간가량 남쪽으로 떨어진 이집트 고대 도시다.

사막을 적시며 지나가는 나일강을 사이에 두고 삶과 죽음의 공간이 갈라진다.

동쪽은 거대한 신전과 오벨리스크가 하늘을 찌를 듯 솟아 있다.

무소불위의 권력자 람세스가 호령하는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서쪽은 왕가의 계곡.수많은 왕들의 무덤이 산속 지하 미로속에 자리잡고 있다.

황금가면으로 유명한 투탕카멘의 무덤도.산 앞에는 거대한 제단이 있고 한쪽 구석에는 미이라를 만들던 유적이 있다.

미라를 만들 때 부패를 막기 위해 반드시 사용한 게 향료다.

무덤속에서도 갖가지 향료가 발견된다.

백합유 베토피움 등. 향료의 역사는 길다.

성경은 동방박사가 아기 예수에게 몰약을 선물했다고 기록하고 있다.

중세 유럽에 페스트가 창궐했을 때는 향료업체 종사자들이 감염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고 전해진다.

향료의 신비한 효능을 밝히기 위한 연구와 상품화가 현대에 와서도 끊이질 않는다.

향기가 국내에서도 새로운 산업으로 발돋움하기 시작했다.

서양에서 발달한 향수 향기치료(아로마테라피) 향기마케팅이 도입돼 발아하기 시작한 것이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 정치과.도산공원 사거리 부근에 있는 이 치과는 색다르다.

1층에 들어서면 향긋한 냄새가 코를 찌른다.

촛불이 켜진 작은 유리 화로 위에 담긴 향유로부터 퍼진 것.6층은 치과의사 김종철씨 방.치과기자재 대신 향기관련 자료가 빽빽히 꽂혀 있다.

그는 향기 벤처기업인 네이쳐프러스 사장이기도 하다.

아로마테라피 향기를 만드는 교재는 캐나다연방 아로마테라피학회에서 펴낸 것들.감기 예방을 위해서는 유칼립투스와 레몬 차나무의 향유를 섞으면 좋다는 게 한 예. 서울 목동에 있는 바이오미스트테크놀로지.마케팅용 향기를 만드는 업체다.

제과점에 커피향을 뿌려 빵을 먹고 싶게 만드는 것처럼.

현악 3중주가 흐르는 호텔에 쟈스민향을 뿌려 더욱 우아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것은 또 다른 예다.

구정마루는 향기나는 마루,보우텍스는 향기 와이셔츠를 내놓았다.

153코리아는 아로마테라피향을 가미한 홈사우나를 출시할 예정이다.

이밖에 수십개사가 향기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보는 즐거움,먹는 즐거움,듣는 즐거움에 이어 맡는 즐거움이라는 새로운 즐거움을 인간에게 선사하는 향기가 달러까지 벌어들인다면 더욱 매혹적인 산업이 될 듯하다.

김낙훈 기자 nhk@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