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표정이나 피부는 물론 머리카락 한올한올까지 진짜같은 3차원 휴먼캐릭터 애니메이션을 만들겠습니다"

실물같은 컴퓨터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 밤낮을 잊고 사는 청년이 있다.

서울 신림동에 자리한 사이렌스튜디오 김홍규(27)사장이 그 주인공.

서울대 전기공학부(93학번)를 졸업한 그는 같은 과 대학원 휴먼애니메이션 연구단에서 애니메이션 기술을 익혔다.

그리고 지난 1월 자본금 2억5천만원으로 디자인 그래픽 인력 5명과 소프트웨어 전문 인력 10명을 모아 창업에 나섰다.

"요즘 TV나 영화에서 컴퓨터로 만들어낸 캐릭터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습니다. "나잘난 박사"나 "꽁실이"등은 어린이 뿐만 아니라 성인들에게도 친숙한 캐릭터죠.하지만 아직 피부질감이나 표정 등이 실제 사람과는 차이가 큽니다"

김 사장은 이런 이질감을 극복한 사실형 애니메이션을 개발하겠다는 각오를 밝히고 있다.

재학시설인 지난 98년부터 김 사장은 "아크(Ark)"라는 컴퓨터 공상과학 애니메이션 제작에 참여하면서 실무 경력을 쌓았다.

공해로 멸망한 지구를 탈출해 거대한 로봇 우주선 안에서 생활하는 특공대의 모습을 그린 이 만화는 당시로서는 최첨단 기술이 동원된 작품이었다고.

사람이나 로봇의 걸음걸이나 큰 몸동작에선 상당한 발전이 있었다.

그러나 머리카락 얼굴표정 피부 옷감 입모양 등 세밀한 부분에선 아직 부족한 점이 많아 안타까웠다고 그는 설명한다.

"큰 움직임을 표현하는 그로스바디(gross body)분야는 많은 기술 축적이 있었지요. 그렇지만 세밀한 부분을 제대로 만들지 않고서는 애니메이션에 생명력과 사실감을 불어넣는데 한계가 있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사람의 머리카락은 대략 10만여개.

그 중 자연스러운 모습을 만들기 위해선 머리카락을 한올한올 심듯이 최소 2만개 이상의 머리카락 데이터를 집어 넣어야 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하지만 2만여개의 머리카락 데이터를 일일이 다 입력할 경우 데이터 크기가 커져 프로그램을 실행시키는데 문제가 있다.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량의 데이터를 쓰지 않고도 자연스러운 움직임들을 만드는 방법을 만들어내기로 했다.

우선 수백개의 머리카락 데이터를 하나의 뭉치로 만들어 놓는다.

이들 뭉치들을 머리카락이 있어야 할 빈공간에 자연스럽게 배치했다.

8백여개 머리카락 뭉치들로 마치 2만 가닥이 있는 것과 같은 자연스러운 화면을 연출해낸 것.또 사람 얼굴에 센서를 붙여 이야기하거나 다양한 표정을 지을 때의 데이터를 저장,캐릭터의 표정과 입모양을 자연스럽게 만드는데 적용했다.

김 사장은 이같은 기술로 "미스 사이렌"이라는 여성 캐릭터를 최근 완성시켰다.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사이렌(Siren)은 고혹적인 목소리로 물살이 험한 곳으로 뱃사람들을 유혹해 난파시켰다는 요정.

"사람인지 요정인지 구분을 하기 힘든 사이렌처럼 사람과 똑같은 표정과 움직임을 가진 3D 캐릭터"라는게 그의 설명이다.

앞으로 방송용 캐릭터 애니메이션뿐 아니라 실험적이면서도 완성도 높은 작품을 만들겠다고 밝힌 그는 국내외 애니메이션 산업에서 가장 유명한 캐릭터 작품을 탄생시키는 것이 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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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욱 기자 kimdw@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