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26일 SK텔레콤의 신세기통신 인수를 승인하면서 부과한 조건에 대해 SK텔레콤,PCS 3사 양측 모두가 불만이라고 한다.

SK텔레콤은 조건이 너무 가혹하다고 반발하고 있고 PCS 3사측에서는 부과조건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양측의 주장에는 어느정도 엄살이 가미돼 있다고는 하겠으나 공정위가 양측 입장을 절충하다 보니 합리성 측면에서는 문제가 있는 조건을 부과하고 말았다는 생각이다.

먼저 현재 57%인 시장점유율을 내년 6월까지 50%로 낮추라는 것은 경쟁사업자인 PCS사업자를 의식한 공급자 중심의 발상이라는 점이다.

물론 공정위가 네트워크 서비스업의 특성상 기업분할 명령보다는 시장점유율로 접근한 것은 나름대로 일리가 있다.

그러나 시장점유율을 언제까지 몇%로 낮추라는 것은 소비자 주권을 무시한 처사로 볼 수밖에 없다.

시장점유율은 소비자 선택의 결과이지 누가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있는 성질이 아니기 때문이다.

설령 시장점유율이 공급자가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는 것이라 하더라도 현실적으로 이를 실행하는데는 많은 무리가 따를 수밖에 없다.

경우에 따라서는 기존가입자를 강제로 탈퇴시키거나 새로 가입하고 싶은 사람에게 가입을 불허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SK텔레텍의 이동전화 단말기 생산을 1백20만대로 제한하는 것이 견강부회식의 조건은 아닌지도 따져볼 필요가 있다.

이번 기업결합은 통신서비스 업체간 결합이다.

그런데도 공정위가 제조업체에 이런 조건을 부과한 것은 2개사이던 국내 셀룰러 단말기 수요업체가 독점체제로 전환됨에 따른 폐해를 막자는 것이 주된 이유다.

그러나 셀룰러 단말기 공급시장은 경쟁체제에 있고 SK텔레텍은 시장점유율이 12%정도여서 아직은 수요독점에 따른 폐해를 걱정할 정도는 아니다.

물론 SK텔레텍이 자회사로서 유리한 지위를 이용해 점유율을 계속 높여갈 가능성은 있으나 이는 내부자 거래조사 등 다른 수단을 활용해 감시하면 될 일이다.

통신서비스업체의 통신제조업체 소유를 금지하고 있는 외국의 추세를 감안했을 수도 있겠으나 이는 이번 기업결합과는 다른 차원에서 별도의 검토가 있어야 할 사안이다.

공정위가 이처럼 양측 입장을 절충한 어정쩡한 조건을 부과하게 된 것은 현행 기업결합 승인제도와도 무관하지 않다.

현재의 사후승인 제도로는 이미 이루어진 기업결합을 사후적으로 합리화하는데 급급할 수밖에 없다.

이런 점에서 기업결합 제도를 사전승인 제도로 전환하는 것도 차제에 적극 검토해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