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어딘가로 떠난다는 것은 의외로 간단치 않은 일이다.

장소를 정하는 것도 그렇고 이동의 번거로움도 그렇다.

아이들이 있으면 눈높이까지 감안해야 한다.

구성원 전부가 만족할 수 있는 "1백점짜리 떠나기".

과연 그런게 있을까.

이런저런 고민을 하다보면 "에이, 그냥 집에서 쉬지"로 결말지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렇다면 제안 하나.

재래시장은 어떨까.

"자살하려거든 시장을 한번 가보라. 생각이 달라질 것이다"는 말도 있듯이 시장은 삶이 가장 활기차게 이뤄지는 곳이다.

지친 심신을 달래고 새로운 활력을 얻는 데는 사실 시장만한 곳도 달리 없다.

재래시장중에서도 때가 때인만큼 경동 약령시를 권해 본다.

가족의 건강을 위해 봄 보약도 살겸, 마침 드라마 허준이 인기를 끌고 있으니 아이들에게 허준 시대의 무대도 연상케 할겸.


서울 동대문구 제기동과 용두동 일대 7만2천4백여평 부지.

"4대문 밖"이지만 약령시 터 자체는 상당히 유서가 깊다.

세종실록 등에 따르면 이곳은 조선조 건국 초기부터 여행자에게 무료 숙박을 제공하고 병자에게는 약을 투여해 주던 장소였다.

시장 입구에 세워진 "보제원" 기념비는 약령시의 어제에서 오늘까지를 한눈에 알게 해준다.

이같은 역사적 의미가 있는 곳에 1960년대말부터 한약재를 취급하는 업소들이 하나 둘 몰려들기 시작했다.

지금과 같은 모습이 갖춰진 것은 1970년대초.

현재는 한의원 2백40곳을 비롯해 한약국(2백50개) 한약방(30개) 한약재 수출입업체(1백개) 한약도매업(80개) 건강상품취급 상회(50개) 제분소.절단소.탕제원(2백개) 등 9백여 업소가 모여 전국 한약재 물동량중 70%를 소화해 내고 있다.

명실공히 국내 한의학 종합단지인 것이다.

경동 약령시에 가려면 지하철 1호선 제기동역에서 내리면 된다.

미도파백화점 앞에 있는 아치는 바로 약령시의 중앙관문.

여기서부터 약령시의 메인 스트리트인 "약전거리"가 펼쳐진다.

"일단 시세판부터 보기를 권합니다. 이 시세 현황판에는 30~40가지의 주요 한약재 가격이 적혀 있습니다. 약재를 구입하기 전에 가격을 꼼꼼히 살펴야 바가지를 피할 수 있습니다"

서울경동약령시협회 박의진 회장은 초행자라면 시장에 들어가기에 앞서 시세를 읽어둘 것을 당부한다.

재래시장인 까닭에 아직 정찰제가 자리잡지 않은 때문이리라.

약전거리로 들어서자 길 양옆으로 길게 늘어선 한의원, 한약국 등 각종 점포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박 회장은 점포 밖에 진열된 둥굴레 음양곽 오미자 등 각종 약재들을 가리키면서 이건 무엇에 쓰는거고 저건 어디에 좋은지 등을 열성으로 설명한다.

어디선가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오기도 하고 보행자들끼리 어깨가 부딪치기도 한다.

백화점 같이 실내 쇼핑에만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분명 낯선 경험이다.

그러나 바로 그점이 재래시장의 멋이 아닐까.

수백년간 세상 흐름에 무관한 듯했던 약령시에도 요즘 들어서는 "사건"이 일고 있다.

먼저 밀수품이 급증하고 있는 것.

박 회장은 최근 중국 한약재가 국내로 물밀듯이 들어오고 있다며 저가 저질의 밀수 약재가 늘어나는데 큰 걱정을 나타냈다.

"더 큰 문제는 마땅한 대책이 없다는 점입니다. 여기서 유통되는 모든 한약재를 밀수품인지 아닌지 하나 하나 확인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또 다른 사건은 바로 "변화"다.

무엇보다 약령시를 보는 정부의 시각이 긍정적으로 변하고 있어 약령시 관계자들을 고무시키고 있다.

이곳의 가장 큰 두통거리였던 화장실 문제도 행정당국의 지원으로 어느 정도 해결됐고 해마다 6월1일에 열리는 "경동 약령시의 날 축제"도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다.

"특히 요즘은 한약재에 사용되는 각종 나무들을 이곳에 심기 위해 협의를 하고 있습니다. 잘만 되면 내년께에는 두충 모과 산수유 등 6~7개 나무를 보실 수 있을 겁니다"

박 회장은 이밖에 한의약 전시관 건립 등 면모를 일신할 새로운 사업을 검토중이라고 말했다.

송종현 기자 scream@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