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성 복 < 조흥은행 은행장 ceo@chb.co.kr >

예부터 선비의 덕목으로 네가지를 꼽아 신언서판이라 했다.

즉 생김새,말솜씨,문장력,판단력이다.

본디 중국의 당나라 때 관료의 선발기준이었던 것이 그 효시다.

생김새야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것이라 본인의 능력과는 무관하다고 치자.

그런데 선비의 말 많음을 흉으로 알았던 그 시대에,말솜씨를 문장력보다 높게 쳐주었다는 것이 예사롭지가 않다.

하기야 글은 고치고 또 고칠수 있지만,말은 한번 말하고 나면 돌이킬 수 없으니 어쩌면 당연하다 하겠다.

"혀 아래 도끼가 들어 있다"는 옛말 그대로 말의 힘은 무섭다.

사용하기에 따라 천냥빚을 갚을수도,사람을 죽이는 무시무시한 무기도 된다.

혀는 칼이 아니어도 능히 사람을 벤다.

칼을 빼서 사람을 베지 않고 도로 칼집에 꽂을 수는 있어도,말은 한번 내뱉으면 절대로 주워담을 수 없다.

"당신의 입안에 있으면 말은 당신의 노예지만,입밖에 나오면 당신의 주인이 된다"는 격언은 그래서 백번 옳은 말이다.

말은 정신의 호흡이요,사상의 옷이다.

말하는 사람을 조각하는 칼날과도 같은 것이다.

"눌변"이냐 "달변"이냐의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

상대방과 때와 장소의 변화에 맞춰 간결하고 명확하게 구사하는 게 참된 말솜씨라고 생각한다.

입을 열면 침묵보다 뛰어난 말을 해야한다.

그렇지 않으면 가만히 있는 것이 낫다.

그래서 우리 속담에도 "장님노릇은 말아도,벙어리 노릇은 해라"라고 하지 않았던가.

말은 사용하는 사람의 지적 결정체이며,품격의 외적표현이다.

꽃에만 향기가 있는 게 아니라,말에도 향기가 있다.

기교나 임기응변에서 나오는 말은 비록 화려해 보여도 향기없는 꽃이나 다름없다.

깊은 지혜를 갖고 있으면 있을수록 말은 간결해진다.

하지만 재승덕박하면 말이 가볍고 많아진다.

깊게 생각않고 하는 말은 겨누지 않고 총을 쏘는 것과 같아 많은 사람이 다친다.

그 말이 많으면 많을수록 더 많은 사람이 다친다.

그 말을 한 사람의 신분이 높으면 높을수록 더더욱 많은 사람이 다친다.

군자는 웃음을 아낀다고 했는데 하물며 말은 어떻겠는가.

말에 관한 수많은 성현의 가르침을 종합해보면 으뜸은 당연 "침묵은 금"으로 귀결된다.

그렇지만 말을 않고 살아가기란 불가능하기에 차선책인"적게 말하기"와 "올바르게 말하기"가 훌륭한 말솜씨의 근본이라 하겠다.

그 비결은 먼곳에 있지 않다.

또 엄청나게 어려운 것도 아니다.

"말을 돈으로 알고 사용"하면 된다.

그러면 헤프게 쓸 일도,허투루 사용할 일도 없을 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