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 Economist = 본사독점전재 ]

컴퓨터와 로봇으로 대표되는 첨단기술시대의 도래로 회사조직의 역할이 급변하면서 세일즈맨들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e비즈니스의 거대한 물결이 마침내 세일즈 영역에도 변화의 압력을 주고 있다.

기술산업 분야에 종사하고 있는 세일즈 인력은 아직도 거대하다.

미국 컴퓨터업체인 IBM의 경우 약 3만명,소프트웨어업체인 오라클은 1만명을 세일즈맨으로 거느리고 있다.

그러나 이 회사들은 최근 주력상품들을 영업부서가 아닌 온라인상에서 판매하기 시작했다.

이 분야의 선구자격인 오라클은 세일즈맨들이 대량 구매자들에게 할인을 해주는 오랜 방식에서 벗어나 모든 고객들에게 동일한 가격을 제시하고 있다.

세일즈맨들은 점차 컨설턴트로 바뀌고 있고 영업상의 자질구레한 일은 전산으로 처리되고 있다.

오라클은 내년까지 온라인 영업비중을 80%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IBM은 자사 소프트웨어들을 비공개 기업간 네트워크(엑스트라넷)상에서 판매하고 있다.

IBM은 더 나아가 소프트웨어들을 웹사이트에서 공개적으로 판매할 예정이다.

이같은 움직임은 회사조직에 큰 변화를 몰고 오고 있다.

영업사원을 통하지 않은 판매방식은 제품의 가격전략이 투명하게 바뀜을 의미한다.

가격 정보가 자세히 공개되면 소비자 주권이 더욱 향상된다.

따라서 소비자들은 주문양식에 기재된 가격체계에 따라 할인폭 등 모든 면을 고려해 나름대로 최적의 주문을 할 수 있다.

온라인 웹판매 방식은 또 더욱 넓은 고객층에 접근을 가능하게 해주는 동시에 상품의 가격을 낮추는 장점이 있다.

거대한 데이터베이스 및 기업 자원관리 프로그램들은 수십만 달러에서 수백만 달러에 이르고 상품패키지도 다양하다.

과거 이 패키지들의 가격은 세일즈맨의 탐욕 등으로 불가사의하게 매겨졌던 게 사실이다.

세일즈맨들은 대폭적인 가격할인이 주요 고객과의 관계를 탄탄하게 한다는 점을 인식했다.

그러나 그들은 고객이 필요로 하는 이상으로 다양한 상품들을 뒤섞은 패키지를 판매함으로써 커미션 극대화에 매달렸다.

이것은 구매자나 판매자 모두에게 이득이 되지 않았다.

오라클의 레인 사장은 자사가 그동안 고객들과 다양한 종류의 계약을 맺어왔다고 시인한다.

그 결과 표준화가 돼 있지 않은 계약은 별도로 결제가 이뤄져야 해 규모의 효율성이 제한될 수밖에 없었다.

영업 부서는 대부분의 시간을 계약 조건을 협상하고 서류작업을 하는데 허비했다.

오라클은 온라인 판매로 영업분야에서 수천만 달러를 절약했고 처리 시간도 크게 단축시켰다.

덕택에 이 회사는 최근 분기에 기록적인 매출과 순익을 올릴 수 있었다.

오라클의 북미 판매담당 책임자인 조지 로버츠는 세일즈맨들이 그들의 가장 강력한 도구였던 "가격 책정 기능"을 박탈당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는 나아가 영업부서가 단순한 서류처리 작업을 지양하고 컨설팅 같은 전문적인 기능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고 제안한다.

이는 이미 낯선 개념이 아니다.

현재 많은 경영 컨설턴트들이 새로운 정보기술(IT) 시스템을 고객들에게 추천하고 계약을 체결함으로써 세일즈맨으로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그 반대가 되지 말란 법이 없는 것이다.

오라클은 e비즈니스 기술 분야의 세일즈 인력은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더 좋은 계약조건을 놓고 씨름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고객과 기술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데 더 많은 시간을 쏟기 위한 것이다.

아마도 언젠가는 세일즈맨들이 거꾸로 고객들의 방문을 받아 그들의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이다.

세일즈맨들은 자부심을 가지게 될 것이 분명하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지 4월28일자]

정리=박영태 기자 pyt@ 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