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부가 외국연구소들의 국내유치를 적극 추진한다고 최근에 밝혔다.

이에앞서 산자부도 이미 외국인 투자정책의 패러다임을 전환하겠다면서 테크노파크 등에 외국 연구개발센터 유치를 강조했다.

현재 한국에 투자한 총 4천7백46개의 외국인 기업(98년 6월기준)중 연구소를 보유한 기업은 0.86%인 41개(44개 연구소)로 나타나고 있다.

물론 44개소는 100% 외국인 지분 투자기업이 설립한 연구소이기 때문에 매우 보수적인 기준이다.

하지만 한국진출 외국인 투자기업의 관심이 연구개발활동보다는 시장점유율 등 한국시장 자체에 관심이 많다는 반증이라고 해석해도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도 정부의 의욕적인 정책방향과는 대조적으로 구체적인 실천방안이 제시되고 있지 못한 것이 현재의 우리 실정이다.

미국과학재단(NSF)은 1996년에 미국에서 연구개발시설을 보유한 외국기업(모기업이 50%이상 소유 대상)은 3백50여 개이고 시설수는 총 6백76개소로 집계했다.

당시 미국지사 내부에 연구개발부서를 운용하는 경우는 제외됐고 또 지금은 4년이 지난 시점이기 때문에 그 숫자는 훨씬 많다고 보아야 한다.

당시 조사된 6백76개 연구시설중 나라별로는 일본 2백44개소,영국 1백2개소,독일 93개소,프랑스와 스위스 각각 40개소 이상으로 나타났다.

연구시설들은 주로 캘리포니아의 실리콘밸리나 노스캐롤라이나의 리서치트라이앵글 같은 연구혁신 거점이나 로스엔젤레스 디트로이트 보스톤 등 산업거점에 집중된 것으로 조사됐다.

그리고 이 외국기업들의 미국내 연구개발투자는 1995년도에 미국 산업계 전체 연구개발투자의 11%인 1백50억달러를 기록했다.

업종에 따라 연구개발 세계화의 배경은 서로 다르지만 다국적 기업들의 해외 연구개발전략은 크게 두가지 형태이다.

하나는 현지에서 생산시설 지원이나 수요 및 규제에 적합한 제품개발이 목적이다.

이 경우는 본국연구소에서 현지 연구거점으로 정보가 흘러가는 소위 "home-base exploiting" 형태가 된다.

다른 하나는 현지의 경쟁기업이나 연구중심대학들로부터 지식을 수집하고 이를 활용하는 것이 목적인 경우다.

이때는 현지 연구거점에서 본국연구소로 정보가 흘러가는 소위 "home-base augmenting" 형태가 된다.

일본 자동차회사들의 미국내 연구개발투자는 전자에,일본 전자회사들의 미국내 연구개발투자는 후자에 해당한다.

결국 미국이 갖는 거대한 시장과 매력적인 연구자원이 외국 연구개발시설의 유입요인인 셈이다.

한때 미국내에서는 연구개발의 세계화가 미국경제에 의미하는 바가 무엇이냐는 논쟁이 있었다.

외국기업들이 미국에 연구소를 대거 설치하면서 연구자산에 대한 무임승차나 기술유출 가능성도 거론됐다.

결론은 미국이 계속해서 연구개발입지로서 매력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상태를 유지할 경우 이익이 훨씬 많은 것으로 나왔다.

연구개발투자를 동반하는 외국인 투자는 국가혁신시스템에 편입됨으로써 생산과 고용측면의 기여를 넘어 지식의 축적과 시너지를 가져오고 새로운 성장잠재력을 제고해 주기 때문이다.

우리를 미국과 직접 비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산자부가 강조하듯이 동아시아 허브(Hub)형 투자가 설득력을 얻게 되고 동시에 우리 연구자원과 환경이 매력을 가진다면 다양한 형태의 연구개발 동반투자가 유입될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연구환경이 하루아침에 국제적으로 매력적인 수준으로 바뀔 수 없다는데 있다.

해외교포출신의 과학기술인력조차 제대로 활용하지 못할 정도로 아직도 곳곳에서 전향적이지 못한게 우리 실정이다.

과기부가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한다니 이번에는 한번 기대해 본다.

안현실 전문위원 ahs@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