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동 < 애플웨어 대표 >

동네마다, 골목마다 어김없이 들어서 있는 PC방은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우리만의 독특한 풍경이다.

1998년 이후 폭발적으로 증가해 2000년 3월 현재 1만5천여개의 PC방이 영업을 하고 있다.

특히 IMF 사태로 인해 대량 발생한 퇴직자들이 손쉽게 돈 벌 수 있는 업종으로 인식, PC방 창업 대열에 뛰어 들었다.

거기다 스타크래프트라는 새로운 게임이 게임보급 업체의 탁월한 마케팅과 맞물려 PC방 창업 열기를 더했다.

그러나 스타크래프트의 열기가 조금씩 식어가면서 확실한 후속 게임이 없는 탓에 시장 전체의 파이는 커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PC방의 급증에 따른 극심한 가격 경쟁으로 수입은 감소 추세다.

게다가 PC방 업주는 PC 및 게임에 대한 지식과 기술이 부족한데다 24시간 영업체제를 위한 아르바이트생들이 사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PC방 운영자금은 업주들에게 적잖은 부담을 주고 있다.

전국 1만5천개의 PC방이 업체당 월 평균 1백만원씩, 모두 1백50억원의 회선 사용료를 매월 ISP 업체에 내고 있다.

"무어의 법칙"에 따라 1년6개월 주기로 하드웨어를 교체해야 하는데 한번 교체할 때마다 약 5천만원의 돈이 든다.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한국의 PC방은 사회.경제적으로 커다란 의미를 갖고 있다.

정보통신(또는 게임산업) 분야에 대략 1조5천억원(PC방당 평균 1억원씩계상, 1만5천개 업소)의 민간자본이 투입된 세계적 유례가 없는 현상이기 때문이다.

3만명으로 추산되는 PC방의 아르바이트생들도 정보화시대를 이끌어 나갈 잠재적 고급 인력이다.

국내 게임 시장이 지금처럼 크게 형성된 것도 대부분 PC방 덕분이다.

하드웨어 산업이 미국이나 일본에 뒤떨어져 게임기의 독자적 하드웨어 모델을 만들 수 없는 한국이 게임 시장에서 이들 나라와 경쟁할 수 있는 분야는 표준화되고 하드웨어 생산이 가능한 PC게임분야다.

그렇다면 정보통신의 단말로서의 PC 를 "IMT 2000"이나 게임기 등에 의해 대체될 "포스트 PC" 시대에는 어떻게 될까.

지금으로부터 당분간은 PC시장의 확대가 계속될 것이고, "포스트 PC"도 현 PC의 많은 내용을 승계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PC방은 현재적 의미로도, 미래적 의미로도 PC게임을 위한 중요하고 큰 시장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유독 우리나라에만 이렇게 발달돼 있는 PC방 사업은 보다 효율적으로 시스템화한다면 전세계로 수출도 가능하다.

그러기 위해선 PC방의 인적 물적 자원을 지식기반산업의 인프라로 잘 활용해야 한다.

그렇다면 PC방을 어떻게 육성할 것인가.

수익 증대 방안으로는 우선 국산, 수입을 가리지 않고 질 좋은 게임이 공급돼야 한다.

국내 게임 개발자들도 그간의 국내 시장의 협소를 핑계대지 말고 경쟁력있는 게임을 만들어 내도록 가일층 분발해야 한다.

PC방 업주 스스로도 단기적 이익에만 맞춘 현재의 열악한 이용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

주부, 학생들의 인터넷 접근 장소로 이용될 수 있도록 공간 재배치를 하고, 인터넷 컨설팅 등 고급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운영비를 줄이는 것도 중요한 문제다.

PC방을 통해 큰 이익을 남기는 ISP 업체는 전략적 파트너인 PC방의 육성을 위해서라도 회선 사용료를 더욱 큰 폭으로 할인해 줘야 한다.

PC방의 하드웨어교체 비용도 만만찮은 만큼,현재의 비용이 많이 드는 PC 중심의 시스템체계를 비용이 적게 들고도 현 PC 중심 시스템체계 이상의 서비스 및 효율을 보장할 수 있는 시스템체계로의 연구 등이 필요하다.

또한 하드웨어 업체는 자신들의 이익만 고려해 하드웨어를 통째로 교체하도록 유도하고 있는데, 부분적 교체만으로도 최신의 PC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판매.관리 프로그램을 개발해 내는 것도 PC방 육성을 위한 필수 사항이다.

아울러 인건비 절감을 위한 PC방 자동관리 시스템도 필요하다.

자동관리시스템에 기반한 결제 시스템, 일일결산 시스템 등이 그것이다.

사업상의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수단도 중요하다.

PC방 프랜차이즈, 협회 등 여러가지 형태의 단체가 있지만 현재로선 대부분 PC방을 위한 단체이기보다는 자체의 세 불리기나 자사 이익을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는 실정이라 PC방들에게는 별반 큰 도움을 주고 있지 못한 실정이다.

이들은 PC방이 무너지면 자신들의 사업 바탕이 무너진다는 것을 잘 인식하고 PC방과 자신들이 공생할 방안을 세워야 할 것이다.

PC방 운영 요원의 안정화도 중요하다.

안정된 직장으로서의 사회적 장치를 마련해 줌과 동시에 전문 직업인으로서의 품성 교육도 병행, 정보화시대의 길라잡이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PC방이 정보화사회의 전초기지로 정착하기 위해선 그간 부정적으로만 보아온 PC방에 대한 사회 일반의 인식도 고쳐져야 한다.

거기에다 국가적 관심과 정책적 지원이 밑받침된다면 PC방은 전 세계 정보화전쟁에서 이길 수 있는 우리의 가장 든든한 무기중 하나가 될 것이다.

---------------------------------------------------------------

독자의 글을 기다립니다.

이름 주소 직업 연락처를 적어 보내주십시오

<>주소=100-791 서울 중구 중림동 441 한국경제신문 독자팀

<>전화=(02)360-4247~8

<>팩스=(02)360-4350

<>PC통신=go ked(하이텔, 유니텔, 나우누리), go econet(천리안)
으로 가서 ''의견을 받습니다'' 란을 이용하십시오.

<>인터넷주소=readers@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