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과 같이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는 열심히 일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시의적절하고 옳은 일인지 확신을 갖고 일할 수 있는 전문적인 지식과 가치관에 근거한 신뢰성 있는 방향감각이 필요하다.

편리한 생활도구로 자리잡아가고 있는 자동차 운전의 경우를 보아도 속도가 느릴때는 짧은 거리를 주시하면서 운전해도 무방하다.

그러나 속도가 빨라질수록 상대적으로 멀리,그리고 넓게 또 종합적으로 보지 못하면 방향착각 속에서 충격적인 상황에 직면하기가 일쑤다.

모든 것이 빨라진 환경에서 올바른 방향감각을 갖기 위해서는 본질적으로 세가지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일반화되어야 한다.

첫째,멀리 넓게,미래지향적으로 행동해야 한다.

둘째,시민과 고객을 중심으로 상대적이고 시장지향적으로 행동해야 한다.

셋째,이유나 설명 또는 해명보다는 평가를 전제로 한 지식과 창의성이 존중되어야 한다.

이같은 관점에서 정치와 사회의 산물중 하나인 교통환경을 미래의 환경에서 돌이켜보면 무엇보다도 오른쪽과 왼쪽 문제가 분명하게 정비될 필요가 있다.

원래 규칙이란 사회집단이 스스로의 편익을 위해 합의 도출해낸 문화적 가치이다.

따라서 어느 사회가 오른쪽을 선택하든 왼쪽을 선택하든 그들만의 자율적이고 협동적인 합의의 산물이다.

문제는 합의사항이 어느정도 예외없이 지속적으로 지켜지느냐 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영국 일본 등은 왼쪽으로,한국 미국 독일 등은 오른쪽으로 자율적으로 정하고 이를 서로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소수가 이 규칙을 지키지 않고 반대로 간다고 해도 어쩔 수 없는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이로 인한 사회적 피해는 실로 크다고 할 수 있다.

더욱이 오른쪽을 선택한 나라에서 개인도 아닌 공공단체가 강제로 왼쪽으로의 운행을 자행함으로써 국민들의 방향감각을 어지럽히게 한다면 이에 따른 개인적 사회적 손실은 실로 측정하기조차 어려울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교통규칙이 분명히 오른쪽인데도 불구하고,다시 말해 일부가 왼쪽으로 가려하면 막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왼쪽으로 가도록 강요하거나 왼쪽으로 가는 것을 일반화시키려는 현상이 상존하고 있다.

이를테면 미래를 짊어지고 나갈 젊은이들을 비롯 모든 국민에게 우측이 아닌 좌측의 원칙을 따르도록 교육시키고 있다.

국철(기차)이 왼쪽으로 운행되고 있는가 하면 자동차 운전의 경우에도 오른쪽(주행) 차선보다는 왼쪽(추월) 차선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더욱이 전철과 올림픽대로의 경우 우리나라의 정치 경제 사회의 발전방향에 큰 교훈을 암시해 주고 있다.

전철의 경우 국민이 우측통행을 규칙으로 알고 적응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1호선은 좌측으로 주행한다.

반면 3호선과 4호선 등은 규칙대로 오른쪽으로 주행한다.

따라서 이용시민들은 1호선에선 왼쪽을,3호선에선 오른쪽을 바라봐야 한다.

환승할 경우에도 서로 정반대되는 방향으로 건너가야 목적방향으로 갈 수 있는 불편함이 따른다.

올림픽대로의 경우에도 규칙대로라면 도로 진입과 나가는 방향이 오른쪽이어야 맞다.

그런데도 위치에 따라서 이 방향이 제멋대로이다.

진입방향이 오른쪽인 곳도 있고 왼쪽인 곳도 있다.

나가는 길도 마찬가지다.

"차선이 생명선"이라는 표어가 있듯이 주행할 때 차선은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바꾸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규칙없는 도로설계로 인해 위험천만한 차선변경을 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많다.

방향의 혼선에 따라 발생하는 부작용과 상대적인 기회비용과 기회시간을 산출한다면 엄청난 결과가 나올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비용과 기회 손실은 물론 이를 한가지 방향으로 바로잡는데 소요될 비용도 결국 국민이 부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올바른 방향을 정하고 이를 존중하고 지키려는 노력은 한 나라의 문화수준을 가늠하는 척도가 되기도 한다.

원래 문화란 제로섬 논리에 따라 일부 피해를 보는 계층과 이익을 보는 계층이 공존하는 사회에 적용되는 개념이 아니다.

모두가 혜택을 받지만 피해를 보는 계층이 없는 윈-윈 사회에 적용되는 말이다.

국민의 잠재력이 국가경쟁력으로 올바르게 반영되려면 국민의 자율적 활동범위와 범주를 설정해주는 사회적 문화적 경제적,그리고 정치적 정책방향이 타당하고 가치있는 신뢰성을 대변해 줄 수 있어야 한다.

jnkim@yurim.skk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