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오는 5월 종합소득세 신고때 적용할 "99년 귀속 표준소득률 조정내역"을 발표한 것은 해마다 이맘 때면 해온 일로 전혀 새로울 것이 없지만,언제까지 이런 식으로 과세행정을 계속할 것이냐는 점을 생각하면 답답한 느낌이 절로 든다.

표준소득률은 지난해 활동했던 자영자 소득파악위원회가 올해부터 당장 폐지하자고 건의한 것을 재정경제부와 국세청이 단계적으로 폐지하자고 맞서 논란을 빚었던 해묵은 과제다.

표준소득률이란 기장을 하지 않거나 회계장부를 허위 또는 부실하게 작성한 사업자에 대해 세무당국이 임의로 적용하는 과세표준으로 해마다 업종별 경기상황을 감안해 조정한다.

이번에도 어업 수산업 등 관련업종 69개 종목의 표준소득률을 5~20% 내리고 인터넷 통신장비 등 정보통신관련 29개 종목은 올렸다.

그 결과 13만4천명에 달하는 개인사업자들의 세금부담이 늘어나고 44만2천명은 세금부담이 줄어드는 등 매우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문제는 대상자수가 종합소득세 신고대상자 1백30여만명의 절반이 훨씬 넘는 80여만명이나 돼 기장과 소득신고에 바탕을 둔 투명한 세정을 원천적으로 어렵게 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이다.

게다가 세금부담은 법률에 따라 정해져야 마땅한데 표준소득률 조정을 통해 사실상 세무당국이 임의로 정하는 것은 조세법정주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할 수 있다.

근거과세를 확립하자면 먼저 합법적으로 탈루세를 조장하는 부가가치세 과세특례제도와 표준소득률부터 폐지해야 하는데 우여곡절 끝에 조만간 단계적으로 폐지할 예정이라니 다행이다.

다음에 해야 할 일은 개인사업자들이 성실하게 기장하도록 유도하는 것인데 시행여건은 어느 때보다 좋다고 본다.

일부 영세사업자들이 기장할 능력이 있느냐는 논란이 없지 않지만 최근 각광받고 있는 소프트웨어 임대사업(ASP)을 통해 인터넷상에서 쉽고 간편하게 회계처리 하도록 하면 적어도 경제적 부담이나 또는 기술적으로는 큰 문제가 없다.

아울러 최근 신용카드결제가 보편화 되고 있으므로 이를 바탕으로 과세자료 전산망을 확대 강화하고 전산자료를 적극 활용해 세무조사 횟수를 늘릴 경우 얼마든지 성실한 기장을 유도할 수 있다고 본다.

이밖에도 납세자의 신원정보와 세무정보를 분리해 별도의 DB로 관리할 경우 조세정보 공개를 획기적으로 확대하고 투명한 세정을 이룰 수 있다.

이 모든 일은 정치적인 압력에 흔들리지 않는 세무당국의 확고한 개혁의지와 과감한 정보화투자가 전제조건임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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