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밤 아세아종합금융의 대주주인 대한방직 지분 28.6%가 외국은행들에 단돈 10달러에 팔린다는 소식이 들어왔다.

아세아종금의 경영권까지 함께 넘어간다는 얘기였다.

물론 대한방직이 인수측과 모종의 "거래(딜)"을 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혹시 있을지 모를 이면계약의 내용이 아니라 아세아종금이 "지하철 정액권" 한 장 가격에 팔릴 수밖에 없는 종금업계의 우울한 현실이다.

10달러면 1만원을 조금 넘는 액수다.

"아세아종금"이라는 브랜드 인지도나 종금사가 갖는 다양한 영업권 등을 고려할 때 터무니없이 적은 액수다.

"백척간두"에 서 있는 종금업계의 현실을 감안하지 않고는 이해하기 어려운 금액이다.

종금업계는 국제통화기금(IMF)관리체제로 들어간 후 대규모 퇴출이 이뤄지고 9개사가 남았다.

이들도 불투명한 "생존 싸움"에 매달려 있다.

저금리 상황에서 주력이었던 예.

대출 업무는 거의 중단된 상태다.

주식 투자에서 돌파구를 찾지만 불안한 증시상황때문에 대안이 되지 못한다.

내년부터 시행될 예금자보호 축소조치로 그나마 남은 예금자들까지 들썩거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발전방안이라고 내놓았지만 막상 시행령에서는 알맹이들이 빠졌다.

이렇다보니 종금사 직원들 사이에선 "종금사의 인수합병(M&A)을 유도한다지만 누가 종금사를 사가겠느냐"는 자조섞인 불만도 나온다.

종금사들은 생존의 기로에 서있다.

아세아에 앞서 외국에 넘어간 경수종금이나 한불종금의 뒤를 따르든지 아니면 나라종금처럼 퇴출의 길을 걸어야 한다.

국내 금융기관과의 결합이나 잔류를 생각할 수 있겠지만 현실성이 없다.

잔류하기엔 상황이 어렵고 국내 금융기관들도 구조조정설 앞에서 인수합병의 여력이 없다.

퇴출되지 않는 한 해외 매각쪽으로 가닥이 잡힌다.

더구나 아세아를 인수한 스위스BNP 등 은행 컨소시엄이 "한국 금융시장 진출을 위한 호기"라며 5억달러를 투입,종금사 추가 인수를 추진중이라고 하니 이같은 추세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정부가 진정 종금사의 자력갱생을 원한다면 지점 확대등 종금사 발전방안을 확실하게 정책에 반영하든지,구조조정설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밝혀 시장불안을 해소해 줘야 한다.

박수진 경제부 기자 parksj@ 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