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4.13 총선이 끝났다.

미국주가가 널뛰기를 하는 사이에 국내증시는 울고 싶을 때 뺨때려 주는 격으로 지수 800선과 700선이 하루에 무너졌다가 정책당국의 눈물겨운 지원으로 750선을 유지하고 있다.

앞으로 증권시장의 변덕에 정부가 어떻게 대응할지가 매우 궁금해진다.

그동안 현 정부는 화산폭발과도 같았던 IMF 구제금융위기의 첫번째 원인을 시장규율기능이 마비된 금융산업과 도덕적 해이가 극치에 달했던 금융감독에 있었다고 진단하고 금융구조조정과 금융시스템개혁을 역대 어느 정부보다도 힘차고 소신있게 밀어붙여 왔다.

그 결과 개혁의 방향성과 당위성에 공감한 국제자본가들은 한국 증권시장과 실물시장에 아낌없는 투자를 지속해 왔다.

그러나 이제까지 2년반의 금융개혁의 결과는 거품과 구조적 폐악을 거두어내는 과정에서 평가해 볼 때 외과적(하드웨어적) 수술은 어느 정도 효과를 보았으나 실질적으로 환자가 소생해 기력을 회복하고 재활하기까지 필요한 내과적(소프트웨어적) 치료는 아직 시작도 못한 상태라 할 수 있다.

더군다나 총선을 앞두고 국민을 희롱하는 숫자타령을 위시한 여야간의 온갖 정치논리가 난무하더니 이제는 그 동안 잠잠하던 경제주체들 사이에서 집단이기주의가 극성을 부리기 시작하고 있다.

이에따라 금융시장은 물론 실물경제 또한 위태로워질 가능성이 농후해짐으로써 지금부터가 우리 경제의 경쟁력제고를 위한 개혁의 가장 중요한 시점이라고 판단된다.

따라서 우리가 격변하는 21세기에 경쟁력있는 국가로 새로 태어나기 위해서는 첫단추인 금융개혁을 성공적으로 완성해야 함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일반적으로 개혁은 혁명보다 어렵다.

혁명의 경우 위험도는 매우 크지만 단한번의 시도로써 성공과 실패가 결정되기 때문에 인내가 장기적으로 요구되지 않지만 개혁의 경우에는 거의 죽기 직전까지 부단히 자기 목을 조여야만 하는 고통과 인내가 수반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우리가 감당해야 할 금융개혁의 미시적 과제는 금융시장의 안정,금융산업개편과 금융기관의 경영효율성 제고,공적자금 회수방안의 강구,투신사 구조조정과 채권시장의 정상화,제2금융권의 소유 및 지배구조개선 등으로 대별할 수 있으나 이보다 더욱 시급한 것은 근본적으로 정치권과 대기업의 금융시장 지배를 철저히 차단시켜야 한다.

정치권의 금융지배는 우수한 경제관료들의 자율성을 해쳐 관치금융을 불러온다.

한편 대기업이 실질적으로 금융을 지배함으로써 발생하는 폐단은 우리국민이 그토록 고통 당했던 "IMF환란"의 주원인으로 더 이상의 변명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또한 이와 관련된 금융범법자들은 금융선진국처럼 영원히 금융시장에서 퇴출시키는 일벌백계를 통한 금융범죄의 기대비용을 극대화함으로써 도덕적 해이를 우리 시장에서 없애야 한다.

금융 낙후원인을 제거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최고통수권자인 대통령의 결심이다.

금융개혁은 정치적 논리가 절대 개입되지 말아야 함은 물론 대중인기와도 반대되는 정책개혁이 통상 수반되기 때문이다.

제1당의 총재인 야당당수도 금융개혁의 초당적 협력에는 예외가 될 수 없다.

특히 국유 금융기관의 인사정책에 있어서 어떠한 연고주의도 배격해야 되는데 이는 금융기관의 경영은 고도의 전문성을 요구할 뿐 아니라 공적자금의 회수라는 절대과제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더 이상 말과 행동이 상반된 정치권이 금융개혁의 발목을 잡아서는 안된다.

참으로 "금융이 바로서야 나라경제가 바로선다"는 말은 금과옥조이다.

다행히 최근 1~2년 사이에 정보통신혁명이 금융시장에도 무섭게 영향을 미쳐 직접금융시장에서 첨단벤처산업의 열풍이 불고 있다.

당분간 벤처산업의 옥석을 가리는 작업으로 코스닥시장이 숨고르기를 하겠지만 정보화에 앞장서온 우리 실물경제의 미래는 금융개혁만 성공적으로 완수한다면 참으로 전도가 양양하다.

이제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인간의 나이로 칠 때 20대의 실물경제에 역동적인 피를 공급하는 20대의 심장(금융시장)을 갖느냐 아니면 80대의 동맥경화에 걸린 심장을 갖느냐가 결정된다.

요즘 국민적 관심을 끌고 있는 심의 허준은 구안와사(입이 돌아가는 증세)라는 외형적 현상 치료보다는 손목을 잘릴 위험을 무릅쓰고서도 반위(위암)라는 근본적 병의 치료에 혼신의 힘을 다했다.

이제 우리 금융개혁을 위해서도 허준과 같은 위정자가 나오기를 바라는 것은 필자만의 바람일까.

ykwon@ nms. kyunghee. ac. 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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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약력 =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미 펜실베이니아대 경영학 박사
<>미 앨라배마대 조교수
<>한국선물학회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