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서는 요즘 정보통신 분야의 외국인 인력 수입문제가 정치적 논쟁으로 비화되고 있다.

독일정부는 지난 2월 외국인 기술자 2만명에 대해 노동비자를 발급하겠다고 발표했다.

현재 심각한 인력부족 현상을 겪고 있는 신기술 산업에 원활한 인력수급을 하자는 것이다.

독일 정보산업체의 필요 인력은 7만5천명이 넘는다.

장기적 실업과 신경제에 대비한 교육 미비로 신산업 인력 부족을 불평해왔던 기업인들에게는 정부의 결정이 반갑기만 하다.

하지만 노조와 야당은 4백만명의 실업자라는 고실업률을 내세우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지난달 슈뢰더 총리는 외국인 노동력 유입으로 독일 실업자들이 일자리를 빼앗기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노조에서 우려하는 바와 달리 외국인 근로자 1인은 3~5명의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독일 근로자들로서는 보통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오랫동안 독일인들의 질높은 노동력은 높은 임금과 연결돼 왔는데 고급 외국인 노동자 유입으로 그 입지가 흔들리게 된 것이다.

노조는 외국인 근로자의 사회적 덤핑을 내세우며 정부의 결정에 반발하고 있다.

야당도 수년내 국내 인력을 양성할 수 있는데 외국인 노동자를 데리고 와 향후 사회문제가 될 불씨를 심느냐고 반박하고 있다.

심지어 기민당의 유르겐 루테스 의원은 "인도인보다는 어린이들 (kinder statt Inder) "이란 인종차별적 슬로건까지 내걸고 외국인 노동자 유입 반대운동을 벌이고 있다.

인도인 근로자를 도입하느니 당장이라도 독일 어린이들을 컴퓨터앞에 앉혀 교육시키라는 것이다.

독일정부는 결국 반대 여론에 몰려 당초 결정에서 한발 후퇴했다.

첫해에는 비자 발급 수를 1만명선으로 줄이고 체류기간도 5년으로 제한하며 가족 초청 비자도 불허하겠다는 단서를 붙였다.

그러나 이같은 조건의 외국인 근로자 초청은 독일의 인력난 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게 뻔하다.

과거의 단순 노동자와 달리 2000년대 고급 외국인 근로자들의 경우 훨씬 조건이 나은 미국을 두고 언어도 통하지 않는 곳에 가족도 없이 혼자 일하러 올 이유가 없다.

독일의 어려운 사정이 남의 일만은 아닌 것 같다.

파리=강혜구 특파원 hyeku@ coom. 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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