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 개최 합의로 남북경협도 새로운 전기를 맞을 것이라 한다.

"북한특수"까지 가느냐 안가느냐를 놓고 논란이 빚어지고 있지만 남북경협의 여건이 종전보다 꽤 나아질 것이라는 데는 별다른 이견이 없는 듯하다.

이같은 기대의 근저에는 북한이 변화하고 있다는 인식 내지는 판단이 깔려 있는 것 같다.

"파탄"에 가까운 상태에까지 이른 북한의 경제가 외부로부터의 지원이나 협력 없이는 회복하기 어렵기 때문에 북한이 대외전략을 명분 중심에서 실리 중심으로 전환시키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물론 충분히 그럴 수 있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북한 변화의 방향만 놓고 본다면 그렇게 이야기할 수 있으나 변화의 "정도"를 고려하고 여기에 "시간"이라는 변수까지 감안한다면 이야기는 조금 달라질 수 있다.

북한 지도부의 입장에서 보면 현재의 심각한 경제난은 엄청난 골칫거리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이를 해소하기 위한 길이 북한 지도부의 권력유지에 위협요인이 된다면 북한 지도부는 망설이지 않을 수 없다.

또 지금까지 실제로 그러했다.

개혁.개방을 두고 하는 이야기다.

북한 지도부에 가장 바람직한 길은 개혁.개방을 회피하면서 경제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사실 북한 지도부는 북한의 경제회생이나 경제재건까지는 바라고 있지 않는지도 모른다.

지금의 경제난을 조금이라도 완화해 경제적으로 생존하는 것이 당면목표가 아닐까 한다.

그런 맥락에서 본다면 한국을 비롯한 외부로부터 지원과 협력을 얻는 것이 바람직한 선택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이는 개혁.개방이 아니라 정치적.외교적으로 해결하는 것이다.

아울러 외부로부터 지원과 협력을 얻을 때 체제위협요소가 될 만한 것은 사전에 봉쇄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현재 한국측에서 북한의 SOC 건설을 지원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데 이에 대해 북한은 어떻게 반응할까.

한국건설업체의 자재와 장비는 물론 한국기술진까지 북한에 들어오는 것을 허용할 것인가.

최악의 경우이기는 하지만 "한국측은 자금만 내고 나머지는 우리가 알아서 하겠다"고 할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

그렇게 된다면 한국기업이 할 일이 없어진다.

경협인지 원조인지 애매하게 된다.

사실 이제까지 북한은 한국의 자금과 기술지원은 환영한다는 입장이었으나 한국 사람이 북한에 들어와 북한주민과 접촉하는 것은 체제위협요인으로 간주해 꺼려왔었다.

또 현대의 서해안 공단조성도 입지문제를 놓고 북한측과 실랑이를 벌이느라 뚜렷한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현대측은 해주 인근을 이야기하고 있으나 북한측은 중국과 접경지대인 신의주를 고집했었다.

따라서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SOC 관련 실무접촉을 하는 시점에서 북한이 한국사람들까지 보내달라고 이야기하고 현대에 대해서도 해주 인근을 허용한다면 그제서야 "북한이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 게 아닐까.

북한이 정상회담 제의를 수락했다는 것 하나만으로 북한의 변화 운운하기에는 이르지 않느냐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고 한다면 정상회담을 준비하고 있는 한국 정부로서도 이러한 가능성까지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아니 한국 정부도 이러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듯한 인상이다.

북한의 예상 가능한 태도에 대해 몇가지 시나리오를 그려놓고 각각의 경우에 대비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기업들도 남북경협의 미래를 장밋빛 일색으로 보는 것만은 아닌 것 같다.

아직까지 불확실한 요인이 많이 남아 있으니만큼 당연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기업이라는게 어차피 경제논리에 의해 움직이는 만큼 수익성 여부가 주된 고려대상이다.

그러나 기업들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대북사업을 꿈꾸었던 기업들이라 하더라도 북한에 가서 경제 실상을 직접 눈으로 보고 나면 고개를 설레설레 젓는다고 한다.

북한에의 투자여건이 경제적인 측면 하나만 놓고 보더라도 너무 열악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정부가 나서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까지 왔고 실제로 올들어서는 한국 정부가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것이다.

물론 경협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경협자금조달이 무엇보다 중요함은 말할 필요도 없다.

그러나 북한의 정책이나 자세가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하다.

북한의 자세가 종전과 조금 달라지는 데 불과하거나 북한의 태도 변화가 일시적인 것에 그칠 가능성까지 고려하면 한국 정부의 선택의 폭이 좁아지는 것은 사실이다.

남북경협을 보다 신중하게,보다 차분하게 추진해야 할 이유는 여기에도 있다.

msyang@ mail. lgeri. co. 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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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약력 =

<>서울대 경제학과 졸
<>도쿄대 경제학 박사(북한경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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