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삐용.절해의 고도에서 탈출하는 죄수를 그린 영화다.

주인공 더스틴 호프만이 나비를 잡는 장면이 나온다.

자유를 뜻하는 나비는 바로 영화제목이기도 하다.

서울 염창동 경인양행 김동길(62) 회장실.벽에는 수천마리의 나비가 전시돼 있다.

세계 각국에서 수집한 것이다.

나비만큼 다양한 색깔을 지닌 곤충도 드물다.

노랑 빨강 파랑 등 각색이다.

나비는 염료를 만드는 이 회사의 상징이자 세계를 향해 자유롭게 날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 경인양행이 만드는 염료는 모두 3백여종.반응성염료를 비롯해 직접,산성,형광,분산염료 등 거의 대부분의 염료를 생산한다.

종합염료업체인 셈이다.

생산제품의 3분의 2는 수출한다.

수출지역은 50개국에 이르며 지난해 수출액은 3천5백만달러에 달했다.

올 목표는 4천만달러. 이중 몇몇 제품의 품질은 세계 최고 수준에 올라있다.

반응성 블랙과 터키시블루가 바로 그것.반응성 블랙은 면제품의 염색에 쓰이는 검은 색 염료이며 터키시블루는 푸른 색이다.

서울대 화학과를 나와 교편을 잡다가 창업한 김동길 회장이 29년만에 맺은 열매다.

누구보다도 연구개발에 중점을 두고 있는 기업인이다.

회장 자신이 실험실에서 밤을 새며 연구부터 시작해서다.

회장실 바로 아래층에 연구개발실이 자리잡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다다.

김 회장은 이런 성과에 만족하지 않는다.

도전해야 할 분야가 너무 많기 때문.경인양행의 재도약을 위해 심혈을 기울이는 분야는 크게 세가지. 첫째 세계 제1의 염료업체로의 비상이다.

이를 위해 다양한 신제품 개발과 해외판매거점 마련에 나서고 있다.

면과 폴리에스테르 혼방제품은 직물별로 따로 염색을 해야 했다.

하지만 단번에 끝내는 특수염료를 개발해 상품화를 서두르고 있는게 한 예다.

해외거점은 미국과 태국 중국에 마련했다.

일본과 유럽에 있는 굴지의 염료업체들과 판매계약을 맺는 등 전략적제휴도 강화하고 있다.

둘째 환경사업 진출이다.

올해 가장 중점을 두는 사업이다.

제품은 첨단 막분리 수처리장치.역삼투압 원리를 이용한 멤브레인 제품으로 방류수질개선과 폐수재활용때 쓸 수 있다.

이 제품의 올 매출은 1백억원으로 잡고 있다.

자체 공장에서 발생하는 폐수를 줄이기 위해 개발했다가 아예 상품화했다.

폐수를 극소화할 수 있는 장치여서 염색 도금 제지 유리 전자 반도체 식음료 의약 화장품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세째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다.

컴퓨터 소프트웨어업체인 나모인터랙티브와 갈륨비소화합물 반도체업체인 네오세미테크 등에 대한 투자를 통해 신사업 진출기회를 만들고 있다.

"종업원에 대한 최고의 대우를 통해 세계 제1의 염료메이커를 만들어 보겠습니다"

투박한 부산 사투리로 종업원의 등을 두드리며 격려하는 김 회장의 소탈하고 투명한 경영스타일 때문인지 아직 노조가 없으며 종업원의 사기도 높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