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희 < KAIST 테크노경영 대학원장 >

최근 대기업 상선회사 임원들을 만난 적이 있다.

그날 무척이나 침울한 표정들이어서 이유를 알아본 즉, 한해 전에 몇몇 젊은이들이 찾아와 "빈 배로 다니는 정보를 넘겨 주면 화물을 적재해 주겠다"고 해서 그렇게 했다고 한다.

그런데 최근 다시 그들이 나타나 "현재 당신 회사의 컨테이너당 가격은 경쟁우위가 없으니 선박을 아예 임대해 달라"는 요청을 해왔다고 한다.

그래서 검토끝에 오늘 임대차계약을 맺었다면서 이제 자신들은 갑판에서 걸레질이나 하게 됐다고 한탄했다.

"근면" "성실"로 경쟁력을 키워 온 기업들도 "두뇌전략"이 없으면 한 순간에 무너질 수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e비즈니스"란 실리콘밸리가 말하는 대로 "e우리회사이름"을 쓰는 것이다.

우리 스스로가 "e우리회사이름"을 쓰지 못하면 누군가 그 이름을 쓰게 될 것이다.

더욱이 지금 우리 회사가 잘 나갈수록 공격대상이 된다고 했다.

IMF를 전후해 나온 매킨지보고서 등의 지적은 한결같이 우리나라 모든 산업이 3차산업, 수출지향산업이 돼야 한다는 것이었다.

제조업이 3차산업이 될 수는 없더라도 분명 "2.5차 산업화" 정도는 돼야 함을 실리콘밸리는 지적하고 있다.

그러면 과연 2.5차 산업과 3차산업간의 "0.5차"의 의미는 무엇일까.

최근 e-GM이라는 e비즈니스 회사를 세운 미국 자동차회사 GM의 예를 보면 해답이 나온다.

중형차 한대 가격은 2천만원이지만 세상에 나와서 보험가입, 사고처리, 유류소모비 등을 합치면 2억원이나 된다고 한다.

자동차 제조회사가 어디에 초점을 맞춰 영업을 할 것인지는 분명해진다.

e-GM은 자동차 제조와 함께 각종 관련정보를 통합한 "신개념 회사"인 것이다.

이제 모든 제조업체들은 제조를 포함한 네트워크 기반의 관련정보 서비스업체로 탈바꿈하지 않으면 안된다.

우리는 디지털 또는 네트워크 시대에 살고 있다.

네트워크가 다 진행되면 특정분야 세계 1,2위 기업은 살아남지만 그 외 기업은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이다.

과거의 부를 누리려면 파트너십 전략을 새로 구사하든가 모든 거래방식을 네트워크 시대에 맞도록 고쳐야 한다.

"e비즈니스 전략"은 추상적 개념화가 아닌 구체적 형태로 실현시켜야 한다.

기업 CEO들은 자동차 오른쪽 사이드 거울에 써있는 글귀 "실제 사물은 보이는 것보다 훨씬 가깝게 있음"을 상기해야 한다.

이제 e비즈니스는 "선택"이 아닌 "필수"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