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권시장의 연이은 폭락세는 주목할 만한 사태 전개다.

일시적인 가격조정 과정 (correction) 을 겪고 있는 것인지,본격적인 침체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는 것인지는 아직 불확실하지만 세계 증권시장의 연쇄적인 하락과 실물경기의 퇴조,금융위기 재연이라는 악순환이 나타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만은 없다.

문제는 뉴욕및 나스닥 증시의 폭락사태가 그렇지 않아도 미국 시장과의 연동성이 높은 국내 증시에 미칠 파장이다.

불행히도 우리경제는 주식시장에 너무도 많은 것을 의존하고 있어 주가하락이 장기화할 경우 후유증 역시 간단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벤처산업 육성이나 기업 재무구조 개선,금융 구조조정,심지어 생산적 복지 정책에까지 다양한 파장을 몰고올 것이 분명하고 수십조원으로 추정되는 벤처투자 기금들의 부실화 가능성이나 올들어서만도 73억달러나 쏟아져 들어온 외국인 주식 투자자금의 유출 가능성에 이르면 걱정스런 부분이 적지 않다.

코스닥 시장 활황에 지나치게 의존해왔던 벤처 업계는 다른 어떤 분야보다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것으로 우려된다.

하루에도 수십개 기업이 창업된다 할 정도로 벤처열풍이 불어 닥쳤지만 기술개발과 시장개척보다는 자본시장에서의 펀딩 (funding) 에 더욱 주력해왔던 것도 사실이어서 증시동향에 따라서는 벤처기업들의 성장기반이 와해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각종 벤처기금들이 부실화되면서 종래의 부실대출 못지 않은 새로운 골치거리로 떠오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들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벤처 기업인들 스스로가 "수익력이 있는" 진정한 비지니스 모델을 만들어내야 하겠지만 정부 역시 코스닥 상장을 통한 창업자이득 보장이라는 기존 벤처정책을 재검토하는 것이 필요하다.

부채비율 2백% 달성등 기업 재무구조 개선 작업과 금융기관 구조조정도 장애에 봉착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정부와 기업들은 과도한 부채와 부실대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금까지는 주식을 통한 자금조달을 전가의 보도처럼 사용할수 있었으나 주가가 하락할 경우 그 한계는 금새 드러날 수 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다.

정부는 보다 합리적인 대안을 찾아야 하겠고 기업들도 증시침체에 대비한 재무전략을 발빠르게 수립해야 할 것이다.

투자자들 또한 "주식투자는 그 어떤 상황에서도 오로지 자신의 책임"이라는 점을 재인식하고 정석투자를 지향하는등 투자자세를 재점검하길 바란다.

이번 주가하락이 거품을 없애주는 순기능을 해낼지 실물경기까지 부진의 늪으로 끌고가면서 부작용을 극대화시킬 것인지는 전적으로 우리 스스로의 자세에 달려있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