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미국 라스베이거스 벨라지오 호텔에는 삼성전자를 비롯,미국 유력 방송장비업체인 해리스사, 전자상거래 지불시스템 보안 전문업체인 이스라엘의 NDS사 등 5개 기업이 모여 "쌍방향 디지털 TV 규격" 제정을 위한 컨소시엄 조인식을 가졌다.

쌍방향 디지털TV의 컨텐츠 및 데이터 송수신 규격 제정과 관련한 그랜드 컨소시엄인 만큼 50여명의 국내외 기자들이 몰려와 취재경쟁을 벌였다.

삼성전자 백봉주 상무는 "기술 표준을 선도하고 쌍방향 디지털 TV 등 차세대 제품을 선행 개발해 미국 시장을 선도하겠다"며 미국 비즈니스에 자신감을 보였다.

새로 짜는 판인 만큼 잘만 하면 1등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삼성은 아날로그시대 미국시장에서의 2류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디지털시대엔 반드시 소니와도 어깨를 나란히 한다는 야심찬 시나리오를 구체화하고있다.

이날 "쌍방향 디지털 TV규격" 제정을 위한 컨소시엄구성 조인식은 그 첫 작품인 셈이었다.

표준 방송규격을 한발 앞서 만들어 쌍방향 디지털 TV시장에서 주도권을 쥐겠다는 승부수를 던지는 자리이기도했다.

삼성이 미국 디지털 TV시장에 집착하는 것은 미국 시장에 대한 컴플렉스를 극복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 때문이다.

아날로그 제품의 마케팅과정에서 쌓인 한을 풀고 가장 어려운 시장에서 월드베스트가 되겠다는 전략이 깔려있다.

삼성은 지난 76년부터 20년이상 컬러 TV를 미국에 수출해 왔다.

그러나 현지 시장점유율은 3% 수준에 불과하다.

중가 이미지가 굳어져 품질을 높여도 고급소비자들(high-end user)의 시선을 끌 수 없었다.

그만큼 미국은 비즈니스를 하기 어려운 시장이다.

완전 경쟁시장인데다 유통의 힘이 강한 곳이기 때문에 기술과 마케팅능력을 고루 갖추지 않고서는 발을 붙이기 어렵다.

고작해서 주문자상품부착생산(OEM) 방식의 수출만이 가능할 뿐이다.

영업력을 앞세워 24개국에서 10여개 전자제품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했던 대우도 미국 진출은 번번히 실패했다.

디지털 TV사업음 이 회사가 미국 소비자들로부터 재평가를 받을 수 있는 좋은 기회다.

5천달러 이상의 제품만 파는 다우스테레오 등 파워그룹도 삼성의 제품을 일본의 미쓰비스 소니제품과 나란히 전시할 정도가 됐다.

물론 브랜드력이 떨어지는 삼성이 가야할 길은 멀고도 험하다.

하지만 리딩그룹에 껴야만 1위가 될 수 있다는 마라톤을 하는 자세로 한발씩 미국 시장을 공략한다면 그 길이 꼭 불가능한 것만은 아닐 것이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이익원 산업부 기자 iklee@k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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