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노다지"로 간주됐던 간접투자시장이 올들어 "미운 오리새끼"가 돼 버렸다.

무더기로 원금손실에 빠져 있다.

올들어 지난 4월7일까지 뮤추얼펀드 및 주식형수익증권은 평균 10% 이상의 원금을 까먹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종합주가지수 하락률(20.91%)과 코스닥지수 하락률(22.56%)보다 정도가 덜한 건 사실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이 운용한 결과치곤 저조한 것은 분명하다.

최근 간접투자시장으로 돈이 들어오지 않고 있는 것도 뭐니뭐니 해도 이같은 낮은 수익률 때문이다.

시니컬한 투자자들은 투신사를 "물먹는 하마"로 빗대고 있을 정도다.

간접투자시장은 지난 98년말부터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였다.

종합주가지수가 300에서 단숨에 500~600선으로 뛰어 오르자 IMF한파 이후 단기부동화돼 있던 시중자금이 주식형수익증권과 뮤추얼펀드로 대거 유입됐다.

99년 1월부터 8월까지 투신사 주식형펀드 잔고는 무려 35조원 늘어났다.

그러나 지난해 8월 대우사태 이후 투신사들이 눈덩이처럼 많은 대우채권을 보유한 것이 알려지면서 간접시장으로의 자금유입은 정체상태로 접어들었다.

뿐만 아니다.

만기가 도래한 펀드가 빠져나가면서 대우사태 이후 줄잡아 30조원이 지속적으로 환매되고 있다.

올들어서만도 이미 13조~15조원이 환매된 것으로 추정된다.

투신사들이 최대 주식 매도세력으로 등장한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주식형펀드 환매<>투신사 매도<>주가 하락<>펀드수익률 하락<>환매증가<>투신사 매도증가"라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주가가 오를리 만무하고 간접투자상품도 맥을 추지 못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초래됐다.

<> 수익률 평균 마이너스12% =한국경제신문이 한국펀드평가와 공동으로 간접투자상품의 수익률을 조사한 결과 8백77개의 주식형수익증권(주식편입비율이 70% 이상인 성장형 기준)은 올들어 지난 4월7일까지 평균 마이너스12.44%의 수익률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연초 투신사 주식형펀드에 가입한 고객은 원금의 12% 가량을 손실보고 있다는 얘기다.

이번 조사는 설정금액 50억원 이상인 펀드를 대상으로 했으며 평균 수익률은 펀드규모를 가중 평균해 산출한 것이다.

약관상 주식편입비율이 30~69%인 안정성장형 주식형수익증권 1백12개는 이 기간에 평균 마이너스7.71%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주식투자 비율이 30% 미만인 안정형펀드 1백5개는 마이너스2.88%를 나타냈다.

주식편입비율이 적은 펀드일수록 원금손실 규모가 작은 것으로 나타났다.

주식에 공격적으로 투자하는 성장형펀드가 주가상승기에는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지만 주가하락기에는 원금손실 위험성이 그만큼 높다는 사실이 그대로 반증된 셈이다.

뮤추얼펀드의 운용성적은 주식형수익증권보다 더 나쁜 것으로 조사됐다.

조사대상 60개 뮤추얼펀드의 올들어 지난 7일까지 수익률 평균은 마이너스14.77%.주식형수익증권(성장형)보다 2.33%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폐쇄형으로 안정적인 자금운용이 장점인 뮤추얼펀드가 중도환매 등에 시달려온 주식형수익증권보다 수익률이 저조한 것으로 이례적이다.

펀드매니저들은 "뮤추얼펀드를 운용하는 자산운용회사들이 코스닥주식에 대한 투자비중을 기존 투신사보다 높게 유지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 시장수익률 보다 양호 =펀드수익률이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은 주가하락이 가장 큰 원인이다.

제 아무리 용빼는 재주를 가진 펀드매니저라도 증시침체국면에서는 어쩔 수 없다는 것을 그대로 보여준 셈이다.

다행스러운 점은 주식형펀드(마이너스12.44%)와 뮤추얼펀드(마이너스14.77%)의 수익률이 같은 기간 시장수익률보다는 양호하다는 것이다.

이 기간의 종합주가지수는 1059.04에서 837.38로 하락,마이너스20.97%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펀드수익률 하락폭이 종합주가지수 하락폭보다는 작았다는 것이다.

투신사들은 최소한 면죄부는 받아놓은 셈이다.

<> 수익률 상위펀드 =종합주가지수와 코스닥지수가 올들어 지난 7일까지 각각 20% 이상 폭락하는 와중에서도 5~6%의 플러스 수익률을 올린 펀드도 나왔다.

설정규모가 5백억원 내외인 소형펀드였다.

조사대상 1천5백54개 펀드중 수익률 1위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실크로드2호"였다.

지난해 7월5일 5백98억원으로 설정된 이 펀드는 올들어 지난 4월7일까지 6.40%를 기록했다.

설정일이후 누적수익률은 32.3%다.

선경래 미래에셋자산운용 펀드매니저는 "지난 2월 수익률 30%를 넘은 뒤 주식을 대거 처분하고 현금으로 운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가하락에 대비해 주식편입비중을 줄여 놓은 게 적중한 셈이다.

"쉬는 것도 투자"라는 증시격언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주식형수익증권(성장형기준)에서는 제일투신의 "세이프가드주식1호"가 올들어 5.40%의 수익률을 기록,1위를 차지했다.

2위는 5.20%의 수익률을 올린 신영투신의 "신영시스템주식1-T"였다.

이들 펀드가 하락장에서도 비교적 높은 수익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차익거래가 주된 원인으로 분석됐다.

현물주식과 선물간의 가격괴리율을 이용해 이른바 "무위험 수익"을 올리는 방식으로 원금을 조금씩 불려나갔다는 얘기다.

뮤추얼펀드에서는 미래에셋의 실크로드2호가 1위였으며 그 다음은 마이다스자산운용의 "마이다스전환형주식1호"(3.48%),미래에셋의 "이글4호"(1.49%)였다.

장진모 기자 jang@ 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