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매니저의 이직행렬이 끝없이 지속되고 있다.

이직행렬의 중심엔 한국투신 대한투신 현대투신 등 대형 투신사들의
간판 펀드매니저들이 자리잡고 있다.

이들이 운용하는 펀드의 올 수익률은 대부분 마이너스다.

펀드의 수익률이 나쁘면 펀드매니저의 몸값도 내려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런데도 이들의 몸값은 여전히 상한가다.

불렀다하면 ''억대''다.

이유는 여러가지다.

대형 투신사의 간판급 펀드매니저들이 최근들어 잇따라 ''독립선언''을 하거나 타사로 이직하자 기존 투신사들은 이들을 잡느라 연봉을 갈수록 높여주고 있다.

게다가 투자자문회사 등 중소형 운용기관들이 우후죽순격으로 생기면서 펀드매니저 스카우트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러다보니 ''성적''에 관계없이 ''몸값''만 높아지는 전형적인 거품이
형성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 펀드매니저 이동사례 =펀드매니저 스카우트열기는 지난해 뮤추
얼펀드 열풍이 불면서 시작됐다.

올들어 간접투자시장의 침체됐음에도 불구하고 식지 않고 있다.

5년 정도의 경력을 가진 펀드매니저들은 연봉이 기본 1억원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투신업계에는 몸값이 5억원에 이르는 펀드매니저도 더러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98년말 한국투신의 김영일 펀드매니저가 미래에셋으로 자리를 옮긴 것이 펀드매니저 스카우트경쟁의 시발점이었다.

이후 마이다스 리젠트 KTB자산운용 태광투신 월드에셋 마이애셋 유리에셋 등 뮤추얼펀드 자산운용회사가 생기면서 기존 투신사의 간판급 펀드매니저들을 대거 스카우트했다.

대한투신의 김기환씨가 마이다스에셋으로,한국투신의 김석규씨가 리젠트로,현대투신의 장인환씨가 KTB자산운용으로,대한투신의 이승호씨가 태광투신으로,신한투신의 서임규씨가 월드에셋으로,현대투신의 최남철씨가 마이애셋으로,동양오리온의 서경석씨가 유리에셋으로 각각 자리를 옮겼다.

이들은 모두 운용본부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서울투신의 최권욱 주식팀장은 코스모투자자문의 대표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투신의 최영권 펀드매니저와 대한투신의 손병오펀드매니저는 동양오리온투신으로 이동했다.

대한투신의 박광수 최재혁씨는 마이다스에 합류했다.

삼성투신의 오성식씨와 한국투신의 김준연씨는 리젠트로 이동했다.

현대투신의 안영회 펀드매니저는 KTB자산운용으로,LG투신의 기온창씨는 마이애셋에서 새 둥지를 틀었다.

올들어서는 동양오리온투신의 김영수 팀장이 투자자문회사 사장으로 변신했다.

박종규 LG투신운용 주식부장도 역시 투자자문회사를 차렸다.

강신우 현대투신운용 수석펀드매니저는 템플턴투신운용의 운용본부장으로 거액을 받고 스카우트됐다.

이에 앞서 서울투신의 김영준 주식팀장은 삼성투신운용으로 이동했다.

신한투신의 송이진 팀장은 현대투신으로 자리를 옮겼으며 신한투신에는 한화투신의 박종철씨가 합류했다.

대신투신운용의 양유식 팀장은 최근 LG투신으로 자리를 옮겼다.

한국투신의 장동헌 주식1팀장도 최근 회사에 사표를 제출,이직대열에 합류했다.

<> 투자자들의 불만 =이에 대해 간접투자 고객들은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이유는 다름 아니다.

믿고 돈을 맡겼더니 무책임하게 다른 회사로 옮겨버린다는 것이다.

"펀드수익률은 엉망으로 만들어놓고 나몰라라 하고 가버리면 어떡하냐"는 항의가 투신사마다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실명펀드를 운용하는 매니저들이 만기가 되기도 전에 회사를 옮기는 것은 투자자에 대한 배신행위라는 극단적 해석도 나오고 있다.

해당 투신사들도 못마땅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을 붙잡아두기 위해 엄청난 몸값을 지불하고 있다.

한국투신과 대한투신이 펀드매니저를 전원 계약직으로 바꾸고 연봉을 대폭 상향조정키로 한 것도 펀드매니저의 이탈을 방지하기 위한 자구책의 일환이다.

한투는 실적급을 포함해 최고 3억원까지 주기로 했다.

그러나 막상 펀드매니저들의 입장은 다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형 투신사 펀드매니저는 "펀드매니저라면 한번쯤은 다른 회사로 옮기려는 생각을 해봤을 것"이라며 "나 역시 더 좋은 조건을 내거는 회사가 있으면 언제든지 옮길 수 있다"고 말했다.

자신의 능력을 인정하고 그에 대한 대가를 충분히 지불해주는 회사로 옮기는 것은 인지상정이라는 것이다.

장진모 기자 jang@ 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