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의 왕자.

우리는 "대도"를 흔히 이렇게 부른다.

발걸음은 새털과 같이 가벼우며 날렵함은 제비를 연상시키는 사람.

숨을 곳이 전혀 없을 것 같은 공간에서도 작은 그림자만 드리워져 있으면 어둠과 한 몸이 된다.

가난한 자로부터는 아무것도 가져가지 않으며 욕심많은 부자들에게만 천적.

그들의 과거는 철저히 베일에 가려져 아무도 정확한 정체를 알지 못한다.

평범한 사람들에게선 칭송을,부유층에게는 저주를 받으며 사는 인생이다.

온 세상에 친구라고는 오직 어둠밖에 없다.

혹시 "대도"의 인생을 꿈꾸는 사람은 없는가.


<> 스토리 속으로 =상류층과 천민층의 구분이 확실하던 중세 유럽.

귀족은 평생 부를 보장받은 반면 천민은 이들을 위해 존재할 뿐이었다.

불공평하기 짝이 없는 사회의 아웃사이더가 있었으니 그가 바로 도둑이다.

당대 최고의 도둑으로 인정받던 "게리옷"은 큰 일을 마치고 잠시 은신중이었다.

(대도 I편의 스토리)

생계유지를 위해 좀도둑질을 할 뿐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릴 만한 큰 건은 피했다.

그러던 어느날 지친 몸을 이끌고 술집으로 향했던 "게리옷"은 거래하던 자의 고자질로 병정들에게 붙잡히고 만다.

처형당할 뻔한 위기상황을 가까스로 모면한 게리옷은 자신을 고발한 자에게 복수하기 위해 계획을 세웠다.

그러던 중 더 큰 음모를 알게 되는데...


<> 게임플레이 =일인칭 액션 장르에 속하지만 좀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독특한 세계를 개척한 게임이 "대도II"다.

액션 장르의 핵심인 화려한 액션이 없다는 점이 그 이유다.

전투와 같은 액션이 곧 죽음과 연결되는 게 바로 도둑이다.

이런 특성을 게임에서 그대로 구현하기 위해 "대도II"는 과감하게 액션을 버렸다.

대신 적의 눈을 피해서 목적을 달성해야 한다는 긴장감이 웬만한 액션을 능가하고도 남는다.

모든 도둑이 그렇듯 불가피한 상황이 아니면 사람들의 눈을 피해야 한다.

문을 지키고 있는 보초가 있다면 그를 없애는 것보다 다른 입구를 찾는 것이 급선무다.

복도 한 가운데를 떳떳이 걸어가지 않으며 그림자가 드리워진 벽의 한구석을 따라 조용히 움직인다.


<> 사운드 =대부분의 게임에서 비주얼이 90%를 차지한다면 사운드는 조미료와 같은 역할을 할 뿐이었다.

이는 사운드에 의존하는 게임이 지극히 적다는 뜻이다.

그만큼 사운드와 게임을 적절하게 조화하는 게 힘들다.

"대도 I"의 사운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도둑이 소리에 상당히 의존한다는 사실을 실제로 적용한 것이다.

적의 눈을 피해 숨는다는 건 자신 역시 적을 볼 수 없다는 말과 같다.

이때는 발자국과 말소리만이 적의 위치를 알려주는 유일한 정보다.

"대도II"는 3차원 사운드를 이용해 적의 위치를 알려준다.

이것이 긴장감을 높여주는 데 큰 몫을 한다.

그림자를 따라 움직이다 뒤쪽에서 갑자기 발자국 소리가 들리면 순식간에 머리카락이 곤두서는 것을 느끼게 된다.


<> 글을 마치며 =단순한 스토리 전개와 잔인한 살인 일색이던 일인칭 액션 게임에서 벗어난 신선한 청량제와 같은 게임이다.

게이머들이 흔히 기대하는 통쾌함은 찾을 수 없지만 숨이 턱턱 막힐 만큼 긴장감이 살아있다.

멀티플레이를 지원하지 못하는 것이 아쉽지만 다른 부분은 흠잡을 게 별로 없다.

뛰어난 그래픽,심도있는 스토리,생생한 사운드는 어디 내놔도 빠지지 않는다.

올해 출시된 게임 가운데 손꼽힐만한 게임이니만치 놓치면 후회할 것이다.

[ 로스앤젤레스=이진오 게임일보 (www.gameilbo.com) 대표 gameilbo@hotmail.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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