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서 고려대 교수>

근래들어 우리 경제의 화두는 뭐니뭐니해도 벤처붐일 것이다.

특히 코스닥시장의 급성장과 관련기업주가의 급등은 벤처산업의 성장과 이에 따른 경제구조의 급격한 변화를 피부로 느끼게 해주는 사안들이다.

필자도 이러한 현상들을 바라보면서 기업은 무엇이고 경제는 무엇이며 인간에게 있어 부란 무엇인지 등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기회를 갖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지난 주 한경은 "벤처자금 유용" "벤처기업의 경영권 분쟁" "벤처기업간 합병" 등 몇가지 벤처와 관련된 기사와 시론 사설 등을 통해 벤처산업의 필요성과 문제점을 상당히 일관된 논조로 다뤘다.

그 가운데 눈에 띄는 것은 8일자 "벤처기업의 금융기관 인수"기사였다.

이 기사는 기술투자로 창업에 성공한 벤처기업들이 중소형 금융기관들을 인수하고 있다는 내용을 다루면서 이의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을 적절히 비교하고 있다.

기사에 따르면 벤처기업들은 안정적인 자금창구를 확보하고 사업 다각화를 통한 위험분산을 위해 금융기관들을 인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는 벤처기업 자신과 우리 경제 모두를 위해서 중대한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우선 벤처기업의 금융기관 인수자금은 사업을 통해 벌어들인 자금이라기보다는 액면가격의 수십배에 달하는 유상증자를 통해 조달된 자금이다.

투자자들은 벤처기업의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높은 성장성과 수익성을 기대하고 이들 주식에 투자하고 있으나 벤처기업 경영자들은 상대적으로 낮은 위험과 낮은 수익성을 제공할 수밖에 없는 금융기관에 투자하고 있다.

이는 기업내에 자금은 풍부한 반면 수익성 있는 투자안을 찾을 수 없을 경우 비효율적 투자를 하는 경향이 있다는 경영이론과 과거의 사례에 부합되는 것으로 관련 벤처기업의 사업적 한계를 반영한다는 점에서 기업가치의 하락요인이 되고 있다.

근래 들어 주식시장에서 벤처기업의 주가가 하락하는 배경에는 이러한 판단도 작용하고 있을 것이다.

한편 국가경제의 입장에서 기업이 금융기관을 소유할 경우 온갖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은 "IMF사태" 등을 통해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이며 기사에서도 사금고화의 문제점을 성원건설의 대한종금인수 등 과거 사례 등을 통해 자세히 지적하고 있다.

결국 고객에 대한 신뢰와 안정적 자산운용을 무엇보다 우선시해야 할 금융기관을 자금조달원 정도로 생각하는 모험적 창업자들이 이를 어떻게 경영해 나갈 것인가는 매우 우려되는 사항이다.

잘못된 투자를 하건 말건 그것은 기업의 의사결정이므로 주주와 시장이 알아서 판단할 사항이나 다수의 고객으로부터 수신을 받는 금융기관을 사업위험이 높은 기업이 인수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금융시장의 안정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정부의 개입이 필요한 부분이다.

벤처기업의 금융기관 소유가 진정으로 문제점이 있다면 이러한 현상에 대응할 수 있는 주체는 바로 정부 뿐이므로 기사는 정책당국자의 반응이나 대응책을 제시하거나 이를 촉구하는 내용을 추가했다면 좋았을 것이다.

외국의 경우 기업이 여수신기능을 수행하는 금융기관을 소유하는 것은 제도적으로 또는 엄격한 감독장치에 의해 통제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와 같이 일반기업이 증권사 보험사 투신사 등 다수의 금융기관을 소유하고 지배하는 사례는 거의 관찰되지 않는다는 것도 강조될 필요가 있다.

벤처경영인들에게 모든 위험을 감수하고 사회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라고 요구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오히려 이들도 자신의 경제적 부와 행복을 추구하는 주체들이라는 점을 명확히 인식하고 관련제도가 다듬어져야 할 것이며 언론은 이를 촉구할 의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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