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연예인이 아닌 전문 카레이서로 거듭 나는 한 해가 될 것같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레이싱코스가 있는 용인 바닥에서 "이세창"이라는 이름은 차를 좋아하는 마니아 수준이었다.

어찌보면 무늬만 레이서였던 셈이다.

올해는 레이서로 입문한 지 어느덧 4년차가 되는 해다.

주제넘게 투어링A에 올라와 묵직한 티뷰론과 씨름하면서 며칠 밤을 지새우고 랩타임을 줄이기 위한 노력과 튜닝한 차를 내 몸에 맞춰야하는 차량 세팅작업에 매달리고 있다.

레이서로 변신하겠다고 처음 마음먹을 때만 해도 지금의 모습은 상상도 하기 어려웠다.

3년전 나의 노란 티뷰론이 사랑스러워지기 시작하던 어느날 우리 팀의 숙소가 있는 용인의 한 모텔방 거울에서 진정으로 레이서가 되길 갈망하는 한 초보레이서를 보았다.

코끝에는 방금 묻은 듯한 기름때가 인디언처럼 그어져 있었고 작은 시계는 새벽 4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정말 피곤했지만 햇병아리 레이서는 잠을 이루지 못하고 이런저런 생각에 계속 뒤척이기만 했다.

그러길 3년.지금은 전문 레이서들과 함께 레이싱코스를 달리고 있다.

하지만 밤은 3년전이나 달라진 게 없다.

억지로 잠을 청하지만 쾡한 두 눈속엔 미친듯이(?) 달리는 노란 티뷰론의 앞유리를 통해 내 적토마의 보닛(후드)만 아른거린다.

스쳐 지나가는 내 자신의 기록들.끓는 듯한 승부욕과 잡아먹을 듯이 달려드는 아스팔트,그리고 펄럭이는 체커키.나는 연신 하품을 해대면서도 입가에는 미소가 끊이지 않는다.

4년차가 되고 보니 이제서야 레이서의 마음가짐과 그 속의 뜨거운 에너지를 조금씩 느낄 수 있는 것 같다.

기록도 조금씩 좋아지기 시작했다.

왜 차를 타야만 하는지,왜 달려야 하는지,무엇을 위해 달려가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기도 한다.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올해를 계기로 "연예인 레이서"가 아닌 "레이서 연예인"으로 레이싱코스를 누비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그리고 나처럼 레이싱에 흠뻑 빠져드는 동료 연기자들이 많이 나타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