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페 음식점 등을 전문적으로 디자인하는 "옴니"의 이종환 사장은 인테리어 디자인 분야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 74년에 이 사장이 디자인한 "장미의 숲"은 바, 호프, 커피숍을 하나의 공간에 몰아 넣어 당시 인테리어 디자인계에 신선한 충격을 줬다.

최근 삼성물산이 대치동에 건설한 고급형 아파트 "타워 팰리스I"의 내부 디자인도 "옴니"의 작품.

취미는 직업과 연관이 있다는 일반론을 받아들인다면 이 사장은 디자인과 관계된 콜렉팅을 할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그의 취미는 뜻밖에도 선풍기 수집이다.

어떻게 이런 물건을 모을 생각을 갖게 됐을까.

"기억이 잘 나지 않는데 언제부터인가 "바람"을 주제로 디자인을 해보고 싶더라구요. 1백여개의 선풍기가 천천히 돌아가는 카페를 생각해 보세요. 재미있을 것 같지 않습니까"

웃으면서 가볍게 얘기하지만 이 사장이 선풍기를 모으는데는 이보다 좀더 근본적인 이유가 있는듯 하다.

"모든 생활용품이 다 그렇지만 선풍기 디자인에도 그 시대를 움직이는 시대정신이라는게 들어 있습니다. 예를 들어 50년대 초반에 만들어진 선풍기들을 보면 모더니즘의 영향을 받아 전체적인 모양이 유선형이라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죠. 어떤 시대를 읽는 작업이란 저같은 직업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수집품이라고 하기엔 부족합니다. 한 1백여개는 갖고 있어야 수집품이라고 내세울 수 있지 않을까요"

비록 수집 점수는 적을지 몰라도 디자이너답게 선풍기 종류는 다양하고 특이하다.

20년대 미국에서 생산된 것부터 지난해 이탈리아에 직접 주문한 최신형 제품까지 그는 형형각색의 선풍기를 갖고 있다.

헌터(Hunter), 웨스팅하우스(Westinghouse), 에머슨 일렉트릭(Emerson Electric) 등 희귀한 이름이거나 지금은 생산되지 않는 골동품도 적지 않다.

카페 음식점 등의 인테리어 작업을 하는 사람으로서 이 사장은 디자인이라는 분야에 대해 명확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

"디자인은 순수예술과는 다릅니다. 대단히 실용적이죠. 그런 의미에서 이런 일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자기가 디자인한 가게가 성공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는 공통된 목표를 가지고 있는 셈입니다"

송종현 기자 scream@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