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을 맞아 국회의원 후보자들의 병역 납세 전과 등 정치지도자들의 자질 시비가 크게 일고 있다.

시민단체 등에서 제기하고 있는 아주 기본적인 문제를 보면서 한국 정치 현실의 과거와 과제를 동시에 생각하게 된다.

우선 떠오르는 질문은 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자격미달의 배경을 갖게 됐으며 그러면서도 왜 정치계에 발을 들여놓으려고 했을까하는 점이다.

이들의 과거를 보며 한국사회의 과거를 동시에 바라보게 된다.

지난30여년의 산업화 격동은 개인들에게 있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경제.사회적 신분상승을 꾀하던 시기였다.

법을 어기고 권력에 가까워야만 모든것이 용이했다.

소위 성공한 사람들중 대부분은 본의에 관계없이 상황적으로 거짓말을 하고 법을 어길 수밖에 없던 시기였다.

이것이 우리의 고속성장의 산물이었다.

이제 하자있는 정치 후보생들은 그들의 과거를 내보이고 있는 것이다.

또한 우리의 정치는 과거 수십년간 정경유착의 커다란 구조속에서 당선의 과정보다 결과를 중요시하는 본산지였다.

더 나아가 정치계는 오히려 부끄러운 과거를 묻는 곳이 아니라 묻어둘 수 있는 길을 찾는 곳으로 이해되었다.

개인적으로 정치적 성공은 가문은 물론 개인의 명예회복 수단이었다.

이러한 배경은 정치지도자의 양성과정이 없는 우리의 상황에서 각종 수단으로 획득한 경제력을 이용해 정치적 경험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정치에 입문할 수 있게 했다.

이것이 바로 오늘날 우리가 보는 정치 후보자들이 개인적 결함에도 불구하고 정치에 "과감히" 뛰어들게 하는 배경인 것이다.

따라서 이번 자격미달 시비는 우리에게 그간 얼마나 정치가를 길러내는 정상적 과정이 결여돼 있었는가를 일깨워주고 있다.

지금까지 정치에 입문하는 길은 기성 정당 상층부와의 연계나 반정권 투쟁경력과 학생활동,경제력 있는 신흥집단등이 고작이었다.

따라서 민주적 직업정치가군이라 할수 있는 집단을 만들지 못했다.

또 제한적으로 직업정치가라고 할수 있었던 그룹들의 배경과 경험은 민주화를위해 투쟁은 했으나 결코 민주적이라고 보기는 어려운 것이었다.

더욱이 세계화시대에 걸맞은 리더십에는 터무니없이 먼 것이었다.

한마디로 민주주의의 생활화가 정착되지않은 곳에서 민주적 정치지도자들을 기대하기란 아주 어려운 것이다.

우리의 과거가 훌륭한 정치지도자 그룹의 배출이 어려웠던 데 비해 우리가 접하고 있는 현실은 고급 정치리더십을 요구하고 있다.

정치의 길은 신분상승으로 보지않고 국가와 사회에 대한 봉사로 생각하는 기본적 태도 이외에도 사이버 기술과 경제 세계화 등이 제기하는 구체적 과제를 소화할 수 있는 능력을 요구하는 시대가 됐다.

사이버시대의 정치과정은 전과 달리 정보의 초고속 순환에 따라 여론의 반응이 과거보다 훨씬 빠르고 즉각적으로 일어날 수 있다.

동시에 정보의 공개확대는 정치과정에서 투명성을 불가피하게 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정치지도자들에게 교육과 경험면에서 이전과 다른 자질을 요구하고 있다.

첫째,급박하게 변하는 기술적 경제적 상황에서 정치는 앞을 내다보기 보다는 뒷북을 칠 가능성이 높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치인들의 끊임없는 재교육을 통한 정보해석 능력이 향상돼야 한다.

둘째,정치인들은 전체를 볼 수 있는 안목이 있어야 한다.

사이버 기술 사회는 소규모 그룹 사회가 될 가능성이 많다.

수많은 전문가들이 전문성을 내세워 각 그룹의 이익을 극대화하려 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정치인은 각 그룹의 단기적 이해를 파악하는 동시에 사회 전체의 장기적 이익을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셋째,정치인은 우리 사회의 특수성인 첨단부문과 전통적 부문을 슬기롭게 조화해서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때에 따라서는 부분적 단기적 이해를 설득하는 용기와 설득력을 갖춰야 한다.

끝으로 정치인은 앞으로 국제정치 경제 기술 환경의 변화에 단순히 민감함을 떠나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너무나 국내만 바라보았던 지금까지의 타성에서 벗어나야 한다.

우리와 같이 국제적 의존도가 높은 나라에서 나라를 대표하는 사람들이 외국어는 물론 국제사회에 대한 지식을 구비한다는 것은 기본적 자격에 관한 사항이다.

이런 자격을 갖춘 정치가 집단을 길러내기 위해서는 소극적인 골라내기 차원을 넘어 가정 학교 및 정치 행정영역에서 미래 지도자 기르기에 새로운 자세와 정책이 시급하다.

지금같이 대학이 증권투자나 고시 열풍에 휩싸여 지도자가 아닌 기술자 양성에 빠져 있다면 과연 우리나라의 미래 지도자는 어디서 어떻게 나올 수 있는 것인지 심각한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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