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대우그룹 사태로 홍역을 앓았던 금융권이 이번에는 대한주택보증(주)의 부실로 또다시 큰 손실을 입을 전망이다.

5일 금융계에 따르면 주택, 국민은행 등 24개 채권금융기관은 최근 경영난에 빠진 대한주택보증(주)에 대해 사적 화의를 추진하고 있다.

사적 화의란 법적인 절차를 밟지 않고 이해당사자간 협약을 맺어 기업 구조조정 작업을 하는 것이다.

대한주택보증은 지난해 파산위기에 몰렸던 주택공제조합이 정부와 채권금융단 등의 출자로 새롭게 설립된 회사로 현재 빚이 1조7천5백27억원에 달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5천억원, 채권단이 1천6억원을 출자한 이후에도 건설경기 침체로 경영난이 심화되고 있다.

대한주택보증은 이에 따라 최근 채권단에 대출금 만기 연장과 이자율 인하 등을 요구했다.

채권단은 이 회사가 정부출자회사인데다 부도가 나게 되면 전국적으로 보증 선 건설업체의 12만여가구의 아파트공사가 중단되는 큰 파장이 예상돼 쉽사리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주채권은행인 주택은행 관계자는 "주말까지 실사를 마치고 사적 화의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며 "경영상태가 나빠 금융권의 추가 부담이 불가피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 회사의 여신에 대해서 금융권은 그동안 정상이나 요주의여신으로 분류해 대손충당금을 쌓지 않거나 2% 가량만 쌓은 상태다.

이번 사적 화의 방안에 따라 이 회사의 여신분류를 새롭게 하게 되면 금융권의 대손충당금 부담도 크게 늘어나게 될 전망이다.

채권금융기관별 채권액은 주택은행이 6천6백99억원으로 가장 많고 하나 1천8백48억원, 국민 1천4백86억원, 신한 1천71억원, 한미 6백32억원, 경남 6백25억원, 조흥 3백33억원 등이다.

또 대구 2백70억원, 한빛 2백3억원, 부산 1백24억원, 서울 1백9억원 등이 물려 있다.

2금융권에서는 대한투신이 5백84억원, 한국투신이 52억원의 채권을 가지고 있고 자산관리공사 토지공사 등이 합쳐 1천6백억원대의 돈을 못받고 있는 상태다.

김준현 기자 kimjh@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