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자국의 반덤핑법이 국제무역관행에 어긋난다는 세계무역기구(WTO) 분쟁심의위원회의 판정에 승복할 수 없다는 입장을 최근 표명한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다.

반덤핑 제소를 가장 공격적으로,그리고 가장 많이 발동하고 있는 미국이 WTO판정에 불복함으로써 세계무역 신장에 큰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걱정되기 때문이다.

특히 세계경제를 주도하고 있고 WTO체제 구축에 앞장섰던 바로 그 미국이 WTO판정에 노골적으로 불복하는 것은 대국의식에 사로잡힌 오만으로 밖에 볼 수 없다.

지난 87~98년 사이에 전세계에서 모두 2천3백64건이 제소된 반덤핑 제소는 연평균 제소건수가 80년대 1백14건에서 90년대에는 2백24건으로 증가했고 해가 갈수록 늘어만 가는 추세여서 세계무역 신장을 저해하는 가장 큰 변수로 등장했다.

특히 미국은 전체의 18.1%인 4백29건을 제소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같은 기간중에 세계에서 세번째로 많은 1백52건을 제소당해 큰 피해를 보고 있는 처지다.

다른 나라들이 미국의 반덤핑 규정을 문제 삼는 것은 단순히 제소건수가 많아서만은 아니다.

보조금지급 등 경쟁제한적인 거래관행에 대한 증명없이 단지 수입품가격이 미국산 제품가격보다 훨씬 싸다는 이유만으로 반덤핑제소를 할 수 있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다.

특히 미국산 제품끼리의 경쟁에서는 소비자이익을 내세워 가격차이를 정당화하고 심지어 장려하기까지 하면서 수입제품에만 색안경을 쓰고 보는 미국의 불공정무역법 규정이야말로 불공정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무역의존도가 높고 IMF체제에 있어 그 어느 때보다 수출증대에 신경을 써야 할 처지인 우리나라의 입장은 더욱 절박하다.

지난달말 현재 모두 99건에 달하는 한국산 상품에 대한 반덤핑제소와 상계관세 제소건수중 지난해에만 40건이 새로 제소됐고 이는 97년의 18건,98년의 27건에 비해 크게 늘어나 우리 수출품에 대한 수입규제 압력이 갈수록 심해지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그동안 별다른 수입규제 움직임이 없던 동남아와 중남미 지역의 반덤핑제소 건수가 크게 증가하고 있는 점도 우려할만한 일이다.

이런 사정을 고려할때 앞으로 우리정부는 사안별로 일본 유럽연합(EU) 등과의 공조를 강화하는 동시에 지금까지와는 달리 WTO에 제소하는 등 적극적인 대응자세를 보여야 할 것이다.

우리기업들도 소나기식 집중수출을 지양하고 거래관행을 국제규범에 맞게 고쳐야 함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