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증권 및 선물거래 관련법 체계는 증권거래법과 선물거래법으로 이원화된 구조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유가증권은 증권거래소에,모든 선물 및 옵션은 선물거래소에서 거래한다는 원칙이 정해져 있다.

단 주가지수선물의 경우 증권거래법에서 유가증권이라고 의제를 한 후 증권거래소에 상장시켜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주가지수선물거래를 한국선물거래소로 이관한다는 재경부장관의 언급이 나오자 증권거래소와 선물거래소는 이관이 제대로 이뤄질지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재경부장관의 발언은 증권거래법과 선물거래법이 분리된 취지를 다시 한번 확인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발언이 과연 우리나라 금융시장의 장기적 발전을 도모하자는 것인지,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부산이라는 지역에 대한 배려차원에서 발표된 것인지 논란이 일고 있다.

이 시점에서 금융분야가 크게 발달한 싱가포르와 홍콩의 최근 움직임을 살펴보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싱가포르는 GDP(국내총생산)에서 금융분야가 차지하는 비중이 약 30%가 되는 나라다.

서비스 산업이 경제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싱가포르는 새천년을 준비하던 99년 말 거래소 시스템을 전면적으로 뜯어 고쳤다.

선물거래소와 증권거래소를 주식회사로 만드는 동시에 이들을 신설된 단일 지주회사에 편입시켰다.

거래소의 주식회사화 (demutualization) ,그리고 단일지주회사로의 통합화라는 두가지 작업이 동시에 이뤄진 것이다.

아시아에서 금융시장이 가장 발달한 것으로 평가되는 이 두 나라가 비슷한 시기에 동일한 행보를 선택한 것은 매우 의미가 있다고 판단된다.

사실 선물이나 증권거래소는 서비스 기관이다.

급변하는 국내외 경제상황 속에서 거래소간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증권회사나 선물회사들이 회원으로 사단법인화돼 있는 과거 거래소 제도는 변화를 따라잡는 속도에 있어서 현저히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

따라서 영리를 추구하도록 하는 주식회사 시스템이 국제경쟁력 강화에 가장 효율적이라고 판단된 결과 싱가포르와 홍콩같은 선택이 이뤄진 것이다.

또 하나의 두드러진 특징은 지주회사가 여러개의 거래소와 유관기관을 하나의 회사조직내에 편입하고 있으므로 자회사간에 선의의 경쟁 및 협력체제를 유도해 발빠르고 체계적으로 변화에 대처할 수 있다는 점이다.

물론 각 자회사(거래소)는 별도의 법인격을 가진 주식회사이므로 각자의 이윤추구를 위해 최선을 다해 고객의 니즈에 부응해야 한다.

싱가포르와 홍콩의 사례는 경제규모나 시장의 질적.양적 여건에서 우리나라와 다른 점이 있긴 하지만 우리나라가 지향해야 할 바람직한 방향이 무엇인지를 보여주고 있다.

우선 증권거래소와 선물거래소를 주식회사로 전환하고 양 거래소와 코스닥시장 제3시장 증권전산 및 증권예탁원까지 단일 지주회사의 자회사로 편입함으로써 명실공히 대한민국의 증권 및 선물거래 전체를 책임지는 지주회사를 만들어야 한다.

이러한 구도는 우리나라 직접금융시장의 개혁과 국제경쟁력 확보라는 큰 그림그리기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현물과 선물의 분리냐 또는 현물과 선물의 통합이냐 하는 해묵은 논쟁은 이제 필요없다.

왜냐하면 선물거래와 현물거래는 독립된 회사로 분리가 돼 있지만 동시에 단일지주회사에 통합돼 현물과 선물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모두 감안한 효율적인 정책을 펴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시장의 국제화현상은 무서운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우리가 내부에서 갈등을 빚고 있는 사이에 우리 시스템의 경쟁력은 잠식되고 해외로부터의 잠재적 경쟁은 보다 치열해진다.

효율성 제고와 국제경쟁력 확보가 우리의 주된 관심사가 되어야 하며 주가지수선물의 이관도 이러한 경쟁력 강화차원에서 큰 그림을 전제로 논의돼야 한다.

앞으로 금융분야의 중심이 될 직접금융분야의 인프라를 새로 구축한다는 각오로 이 문제를 풀어야 할 것이다.

만일 이러한 밑그림 하나 없이 그저 서울이냐 부산이냐,뺏느냐 뺏기느냐 식의 단순기관 이기주의나 지역이기주의의 관점에서만 이 문제를 논의한다면 이는 금융시장 발전에 오점을 남기는 잘못된 사례로 기록될 것이다.

chyun@ wh.myungj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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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약력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미국 시카고대 경제학박사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
<>고려대 국제대학원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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