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 큰 회사보다 제일 좋은 회사를 만들자.

김 회장의 경영철학이다.

외양보다는 실적과 가치를 우선시 한다.

적자를 내는 경영인은 부끄러워해야 한다는 게 김 회장의 소신이다.

96년 동원산업이 소폭의 적자를 내자 기업인에게 적자경영만큼 큰 죄는 없다며 대외 활동을 중단하기도 했다.

이러한 경영정신은 외환위기 당시에도 임금이나 인원삭감을 하지 않고 오히려 1백명이 넘는 신입사원을 채용하는 바탕이 됐다.

무차입경영에 의한 탄탄한 재무구조덕분이었다.

전문경영인에 대한 철저한 역할위임도 김 회장 경영의 특징이다.

경영일선에서 물러났지만 오동빈 동원산업 부회장은 89년부터 98년까지 무려 9년동안 동원산업 사장자리를 지켰다.

김정태 주택은행장도 동원증권 사장 출신이다.

거의 무한대의 재량권을 전문경영인에게 주는 것이 기업을 탄탄하게 만드는 비결이다.

동시에 동원그룹이 전문경영인 양성소로 불리는 이유다.

회사가 전문경영인에 의해 주도되는 대신 김 회장의 2세들은 혹독한 경영수업을 거쳤다.

현재 동원산업 상무인 큰 아들 남구씨는 대학졸업후 아버지의 명령으로 6개월동안 원양어선의 선원으로 배를 탔다.

둘째 아들도 대학 졸업 후 경남 창원에 있는 동원참치 통조림공장에서 생산직 근로자로 일했다.

힘들고 어려운 일을 겪어야만 돈의 가치를 알게 된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경영자에게는 경험보다 소중한 것이 없다는 게 그의 생각이기도 하다.

그 자신도 원양어선을 타고 남태평양의 폭풍권에 들어 위험한 고비를 넘긴 다음 첫 아들을 낳았다는 전보를 받았다.

동원이 위기에 강한 기업이라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지난 90년에는 자식에게 재산을 넘겨주면서 62억원이 넘는 상속세를 자진 납부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