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와 동아일보가 최근 잇따라 창간 80주년을 맞았다.

이에 신문업계와 관련 학계에서 언론에 대한 평가와 전망 논의가 활발하다.

특히 최근 인터넷 신문이 다수 생겨났고 업계내 인력이동도 잦은 탓인지 이번 논의는 전에 없는 긴박감 속에 진행되고 있다.

오늘날 신문산업은 실로 세계적인 대변혁기를 맞고 있는 듯하다.

일례로 지난해 6월에는 미국 월스트리트저널과 독일 한델스블라트가 주식 교환을 통해 자매지로 거듭나기로 했다.

지난해 9월에는 허스트그룹이 경쟁지였던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을 인수하기로 하고 대신 자신의 샌프란시스코 이그재미너를 매물로 내놓았다.

또 지난 1월에는 아메리카 온라인이 타임워너를 인수하기로 했다.

지난달에는 캐나다 신문그룹 톰슨이 산하 1백30종의 신문과 잡지들을 모두 처분하기로 했고 이번 달에는 시카고 트리뷴이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를 인수하기로 했다.

한편 브라질에서는 시장 개방을 앞두고 외국 언론사의 진입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세계에서 가장 큰 신문회사를 꼽자면 미국의 가넷(Gannett Co, Inc.)이다.

4만5천여명의 인력으로 미국내 63개 신문과 21개 방송국, 그리고 영국내 11개 신문을 운영하며 매일 6백70만부를 발행해 연간 6조3천억여원의 매출에 1조원 가까운 순이익을 올리고 있다.

신문의 가치를 단순히 매출액으로 따질 수 없겠지만 매출면에서 가넷은 한국 전체 신문업계 또는 월스트리트저널을 발행하는 다우존스그룹의 3배 규모다.

가넷은 1906년 프랭크 가넷과 동료 몇명이 3천달러의 자기 자금과 빌린 돈 1만7천달러로 뉴욕주 엘미라시의 엘미라 가제트라는 영세신문사를 인수하며 시작됐다.

1923년 6개 신문을 거느린 상황에서 지주회사를 설립하며 가넷이 동료들의 지분을 모두 인수, 당시 엠파이어 스테이트 그룹으로 돼 있던 회사 이름을 가넷으로 변경했다.

45개 일간지 및 정기간행물과 6개 라디오방송국,2개 TV방송국을 보유한 1967년 주식을 공개했고 설립자 가넷이 사망한 1957년부터는 완전히 전문경영체제로 들어갔다.

현 주가가 최초 주식공모가의 1백26배이니 33년간 연평균 15.8%라는 경이로운 주식투자 수익을 주주들에게 안겨준 셈이다.

가넷이 오늘날 누리고 있는 영광은 1973년 3대 대표이사에 취임한 앨른 노이하스 덕이 크다.

그는 신문편집의 보편성과 중립성을 위해 여성과 소수민족 근로자들에 대한 우대정책을 적극 추진해 현재 전체 근로자의 45%, 간부의 39%를 여성으로, 그리고 전체 근로자의 27%, 간부의 15%를 소수민족 출신자로 구성되도록 이끌었다.

그의 경영철학은 미국에서 신문 종말론이 나오던 1970년대말 사장직에 오른 존 컬리 현 회장 겸 대표이사로 이어져 1982년 당시로선 대단히 혁신적인 신문인 USA투데이를 탄생시켰다.

이 신문은 사실상 미국 유일의 전국적 종합일간지로서 발행부수 2백27만부를 자랑하는 바 가넷 인력의 다양성이 없었다면 나올 수 없었을 작품이었다.

가넷은 이로써 전국 시장을 공략하는 한편 다른 73개 신문과 21개 방송국은 철저히 지역사회 중심으로 운영하면서 영미지역 가정을 깊이 파고들었다.

1980년대초 광고대행업과 시장조사업, 그리고 1990년대 중반 케이블TV사업과 방범경호사업 등으로 사업을 다각화했다가 1990년대 후반부터 올 1월 사이 모든 부대사업과 라디오방송국을 매각하고 본업인 신문과 TV에 더욱 충실하는 한편 디지털TV시대와 인터넷시대에 대비하고 있다.

영향력면에서는 월스트리트저널이나 뉴욕타임스 등에 못할지 모르지만 보편적 선과 비상업성을 추구하며 이 세상 어느 신문보다 밝고 명랑하며 친근한 신문으로서 미국과 영국 대중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전문위원 shindw@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