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택의 라필찬(43)사장은 최근 천안 시내에서 천안 외곽지역인 병천으로 공장을 증축해 나갔다.

50여평 규모의 임대공장에서 2천여평의 자가공장으로 이사한 것이다.

라 사장이 공장규모를 획기적으로 키운 이유는 지난해말부터 쌍원통펌프(제품명 필택펌프)에 대한 주문이 밀려들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97년에 개발된 필택펌프의 우수성을 인정한 KEDO(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 포항제철 수자원공사 등이 입소문을 내면서 주문이 크게 늘고 있다.

매출도 지난해 10억여원이던 것이 올들어선 1~2월 두달간 이미 8억원어치를 팔았다.

필택펌프는 한국을 비롯,미국 유럽 등에서도 특허를 받았지만 시장에서 인정받기까지는 1년여가 걸렸다.

이 제품이 개발되기 전까지는 고점도 액질용,고압용,정량용 등 사용목적에 따라 다른 펌프를 사용해야 했다.

목적에 맞는 펌프를 사용하더라도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필택펌프는 대용량의 정량 펌핑,이동성과 기동성이 필요한 곳,공기와 함께 흡입이 필요한 곳 등 여러 용도로 이용할 수 있다.

기존 펌프에 익숙한 소비자에겐 필택펌프의 성능은 믿기 어려운 정도다.

필택펌프가 이런 성능을 갖게 된 것은 끊임없는 도전 덕분이다.

그가 처음 펌프를 만든 것은 고교시절.당시 전국적으로 아주 심한 가뭄이 들어 펌프를 구하기가 어려웠다.

농사를 짓던 집안 어른들이 펌프를 구하지 못하자 공고에 다니던 그에게 펌프를 만들어보라고 권유했다.

학교에서 매일 보던 것이라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지만 결과는 참담한 실패.첫 작품은 물 한방울 끌어올리지 못했다.

기계를 좋아했던 그는 천안공전에서 기계설비를 전공하고 엔진부품을 만드는 회사에 입사했다.

저녁엔 산업대학에 다니며 펌프에 대한 이론적 지식도 강화했다.

그는 지난 93년 한승산업이라는 회사를 차리고 본격적으로 펌프 개발에 나섰다.

기존 펌프와 작동원리가 다른 펌프를 개발하기 위해 1년 남짓 매달린 끝에 시제품을 성공적으로 만들었다.

하지만 양산을 시작하자 펌프의 성능이 예상수준보다 낮았다.

이 제품을 저가품으로 만들어도 잘 팔릴 것이란 주변 사람들의 말을 듣지 않고 몽땅 내버렸다.

두번째 도전도 실패한 라 사장은 마침내 지난 97년 쌍원통펌프를 만들어냈다.

그는 제품이름을 필택펌프라 하고 회사이름도 필택으로 바꿨다.

앞으로 연구를 계속해서 필택을 유체기계 분야에서 세계적인 기업으로 만들겠다는 게 라 사장의 각오다.

(0417)557-0020

길덕 기자 duke@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