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부처들이 경쟁적으로 벤처투자에 나선 결과 공공 벤처펀드가 난립하는 것은 여러모로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다.

그렇지 않아도 지나친 벤처붐이 "벤처거품"으로 변질되지 않을까 걱정되는 마당에 정부부처마저 벤처투자에 가세하는 것은 자원배분을 왜곡하고 투자효율을 떨어뜨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게다가 부처간에 업무영역 다툼을 의식한 나머지 경쟁적으로 벤처투자를 추진한다면 이는 더욱 한심한 일이라고 하겠다.

정부의 벤처투자규모는 지난해말 현재 67개 펀드에 1천7백67억원이며 현재 추진중인 벤처펀드가 70여개로 여기에 투입하기 위해 올해 예산에 확보한 돈만 3천억원이나 된다.

부처별로 보면 중소기업청이 49개 펀드에 8백52억원을 이미 출자했고 올해 추가로 50~60개 펀드에 약 2천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이밖에 정보통신부가 5백억원,산업자원부가 2백억원,과학기술부가 1백5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며 지방자치단체들도 앞다퉈 벤처펀드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이같은 공공 벤처펀드 난립현상은 정부가 의욕적으로 벤처육성 정책을 편 결과라고 할지 모르지만 우리가 보는 시각은 다르다.

우선 너도나도 벤처투자를 하겠다고 나서 돈이 흘러 넘치는 판에 굳이 정부예산까지 투입해야 할 이유가 없다.

전체 벤처투자 규모에 비하면 별 것 아니라는 반론이 있을지 모르지만 막대한 재정적자 규모를 생각하면 수천억원이 결코 적은 액수는 아니다.

조금이라도 여유가 있다면 공적자금이 바닥나 걱정인 구조조정 쪽에 먼저 투입해야 마땅하다.

설혹 자금지원이 필요하다고 해도 공익우선이 철칙인 정부부처가 앞다퉈 벤처펀드를 만들고 이들 펀드끼리 서로 수익률 경쟁을 벌여야 하는 지금같은 지원방식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정부의 벤처투자가 불가피하다면 투자창구를 단일화해야 하며 범정부 차원에서 이를 종합적으로 파악하고 조정해야 할 것이다.

막강한 권한을 가진 정부가 민간부문과 직접 투자경쟁을 벌임으로써 자칫 불공정 경쟁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고 결과적으로 실물경제의 활력을 저해할 우려마저 없지 않다는 점도 걱정거리다.

게다가 벤처투자란 원래 실패할 위험이 높은데 정부가 앞장서서 이를 부추기는 인상을 주는 것도 문제다.

벤처투자에 따른 과실분배도 좋지만 실패했을 경우 누가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유망한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유도는 시장자율에 맡기고 정부는 전문인력 수급,법.제도정비,기초과학 진흥 등에 힘써야 마땅하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