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궂은 날씨 때문에 생긴 피해를 보험에서 대신 갚아 드립니다"

국내에서도 "날씨"가 중요한 보험 대상으로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예상 외의 날씨로 사업에 큰 피해를 입는 일이 종종 빚어지는 데다 소비자들이 날씨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면서 기업들에겐 날씨가 더없이 중요한 마케팅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따라 아예 날씨를 보험에 들어놓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날씨보험은 아직은 "상금보상보험" 수준.

판촉활동의 하나로 특정한 기상조건을 내걸고 경품행사를 벌일 경우 그 비용을 보험사가 대주는 상품이다.

크리스마스이부나 신년 첫날 눈이 오면 상품 값이나 호텔비 음식값 등을 깎아주겠다며 이동통신회사나 여행사 호텔 등이 벌인 "눈 마케팅"이 그 사례다.

가전제품 회사들은 작년 말복날 기온이 영상26도 밑으로 내려가면 에어컨 예약구매자에게 현금을 일부 내 주거나 상품값을 대폭 할인해 주겠다고 한 곳도 있었다.

이 경우 기업들이 보험사에 보험료를 낸 뒤 계약한 조건에 따라 보험사가 그 비용을 부담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상금보상보험은 초보적인 날씨보험이다.

게다가 소비자들에게 사행심을 조장한다는 지적도 없지 않았다.

국내 최대의 날씨정보 판매사인 케이웨더의 김동식 사장(31)은 "소비자들의 기호가 까다로와지고 날씨 변화로 인한 피해가 대형화되고 있다"며 "날씨를 감안하지 않고 사업을 한다는 것은 보험에 들지 않고 자동차를 모는 것고 같다"고 지적한다.

국내에서도 날씨의 중요성을 인식,본격적인 날씨보험에 가입하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에버랜드는 하절기에 평년보다 지나치게 많은 비가 내려 매출이 떨어지면 줄어든 매출을 보상받는 보험에 들어놓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 6~8월 3개월동안 낮 최고기온이 30도 이상인 날이 12일이 안되면 에어컨 예약구매자에게 현금 40만원을 지급하는 보험에 가입했다.

아시아나항공도 날씨보험 가입을 적극 검토중이다.

아시아나는 강수량 풍속 적설량이 일정기준을 넘어 항공운항에 차질이 생기면 보험사에서 보상받는 상품에 가입하기로 하고 보험사와 조건을 협의중이다.

일부 해운사와 고속버스사도 보험가입을 추진하고 있다.

외국에서는 이 정도가 아니다.

행사취소보험,재정손실보험,농작물보험 등 다양한 상품이 마련돼 있다.

행사취소 보험은 스포츠경기나 박람회 야유회 등을 계획했는데 날씨가 좋지않아 행사를 취소하거나 연기할 수 밖에 없었을 경우 피해를 보상해주는 보험이다.

재정손실 보험은 기상조건 악화로 에어컨이나 아이스크림 맥주 음료수 등이 덜팔리는 등 기업의 매출손실을 막아주는 보험이다.

농작물 보험은 기상이변에 따른 농작물 피해를 보상한다.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개인들도 날씨보험에 드는 경우가 적지 않다.

결혼식 등 중요한 날엔 싼 값으로 보험에 들 수 있는 상품이 나와 있고 여름철 장기여행이나 겨울철 스키여행을 가는 사람들도 날씨보험을 활용하고 있다.

케이웨더는 현재 삼성화재 동양화재와 제휴해 날씨보험 가입자 확보에 나서고 있다.

곧 손해보험 분야의 진입요건이 대폭 완화되고 가격이 완전자유화되면 보험료도 대폭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국내 날씨와 판매손실 간의 관계를 명확하게 통계적으로 입증할 자료가 많지 않다는 것.김 사장은 "각 분야에서 보험에 적용할 수 있는 자료를 확보하고 있다"며 "선진국에서 이미 시행한 자료를 많이 참고하고 있지만 곧 완벽한 "한국형 기준"이 만들어 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보험사들도 틈새시장인 날씨보험 시장에 큰 관심을 갖고 있어 다양한 상품들이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창동 기자 cdkang@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