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지난주 프랑스 젊은이들이 퐁피두센터 주변 인터넷 카페에서 영어로 된 홈페이지들을 열심히 두드리고 있는 모습을 소개하면서 프랑스어 방어와 보존에 헌신해온 프랑스 한림원(아카데미 프랑세즈)의 3백65년 전통이 위협받고 있다고 했다.

개인컴퓨터 보급과 인터넷 이용이 급증하면서 많은 프랑스인들이 프랑스어로 번역된 생경한 용어대신 곧장 영어로 대화하길 원하기 때문에 갈수록 프랑스어의 위세가 꺾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 주간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최신 통계(1999년)를 인용,전세계 인터넷 웹 사이트에서 사용되는 언어의 분포를 소개했는데 그에 따르면 영어가 78.3%로 절대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지는 이같은 영어의 지배현실을 일목요연한 도표로 여타 언어와 비교 소개하면서 "신제국주의( New imperialism )"라는 의미 있는 제목을 곁들였다.

웹 언어에서 영어가 차지하고 있는 막중한 지위를 가장 상징적으로 압축한 표현이 아닐까 싶다.

참고삼아 여타 언어의 분포를 소개하면 일본어 2.5%,독일어 2.0%,스페인어 1.7%,그리고 문제의 프랑스어는 겨우 1.2%밖에 안되며,다음이 중국어 0.6%의 순서이고 기타 언어가 전부 합쳐 13.7%로 나와 있다.

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 전반까지 크게 유행했던 제국주의는 일반적으로 "한 나라가 영토의 획득이나 또는 다른 국가에 대한 정치 경제적 헤게모니 장악을 통해 권력을 확대하는 정책"으로 정의된다.

레닌은 그것을 자본주의의 최고단계 혹은 독점자본주의와 동일단계로 파악했으며 슘페터는 그 본질을 국가의 무한한 팽창성향 내지 충동으로 이해했다.

어쨌든 지난날의 제국주의가 유형의 세계를 무대로 영토확장 또는 기타 방법에 의한 선진국의 후진국 지배였는데 반해 오늘의 신 제국주의는 무형의 세계,즉 사이버세계를 무대로 지배력을 확산시켜 가는 내용이라고 보면 될 것이다.

그런데 사이버세계에서의 신 제국주의는 영어의 지배에 국한되지 않는다.

그것은 또 엄밀히 말해서 영어의 지배라기보다 미국의 지배라고 보는 게 옳다.

영국을 포함한 그밖의 영어권 국가들이 상대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있는 것만은 틀림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들이 오늘의 사이버세계를 지배한다고까지 말할 수는 없다.

오직 미국이 정보화 혁명을 주도하면서 사이버세계의 언어와 그밖의 모든 분야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이다.

인터넷혁명에서 지금 언어 말고 또 중요한 것은 도메인과 콘텐츠다.

그리고 여기에 운영시스템을 추가할 수 있는데 이 모두에서 미국은 종주국 행세를 하고 있다.

오늘날 전 세계 기업이름에 일대 혁명을 일으키고 있는 웹 도메인(주소)의 관리는 그런 현실을 특히 극명하게 대변한다.

웹 주소는 현재 "점 케이알( .kr )"처럼 나라이름이 들어간 것과 "닷컴( .com )"의 두 종류가 있다.

이 중 국가이름이 든 주소는 개별 국가가 등록받아 관리(한국은 "한국인터넷정보센터")하는데 반해 닷컴은 미국의 민간회사 NSI( Network Solution Inc. )가 미국기업을 포함,세계의 모든 닷컴 도메인을 개당 75달러씩 받아(2년 유효) 등록관리하고 있다.

따라서 미국은 웹 주소에 굳이 나라이름을 사용할 필요가 없다.

전 세계 웹 주소는 지난 20일 현재 총 1천5백71만개나 되고 이 중 닷컴이 9백48만개로 전체의 60%가 넘는데 이것은 5개월 전보다 40% 이상 불어난 수치다.

이밖에 윈도와 같은 세계적인 PC 운영프로그램,야후와 같은 편리한 웹 주소 검색엔진,그리고 인터넷에 제공되는 온갖 인기있는 데이터베이스와 전 세계 네티즌들이 흥미있어 하는 내용물은 주로 미국이 개발,제공하는 것들이다.

이를 통해 미국이 벌어들이는 돈은 엄청날 것이다.

어디 돈뿐인가.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발전하는 오늘의 정보통신혁명에서 각종 국제표준과 전자상거래 과세문제를 포함한 온갖 제도와 법령마련에서 미국이 지니고 있는 막강한 영향력과 지배력을 아울러 계산에 넣지않으면 안된다.

세계는 앞으로 어떤 형태로든 미국의 사이버세계 지배에 저항하고 독주에 제동을 걸려고 노력할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소수의 선진국 몫일 것이다.

한국이 그 속에서 과연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는 모를 일이다.

지금으로서는 우선 힘을 기르는 일이 절박한 과제다.

예측 가능한 장래에 사이버 세계의 영어지배와 미국의 우월적 지위에 어떤 큰 변화가 올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 이상 한국으로서는 한시바삐 그 흐름에 깊이 들어가 정보선진화를 이룩하고 살아남아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도 영어교육은 특히 서둘러야 할 과제다.

그런데도 조기유학문제를 포함해서 속시원한 해답을 얻지 못하고 있으니 안타까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