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아 < 컨텐츠코리아 대표 spakal@contents.co.kr >

출근하자마자 제일 먼저 하는 일이 메일 박스를 여는 것이다.

하룻밤 사이 수십통의 편지가 와 있다.

이른 아침 조간신문 사이에 끼어진 두툼한 전단지로도 부족해 수많은 홍보용 편지들이 시야를 채운다.

이 중에는 물론 업무상 중요한 편지나 안부편지,회신의 편지들도 있다.

그러나 이 중 60% 정도는 삭제되어 사라진다.

하루에 버리는 안내 자료들이 얼마나 되는지 곱씹어 본다.

퇴근할 때 경비실 앞 우편함을 배불리 채우고 있는 각종 통신 판매자료,신문의 전단지,업무용 책상 앞에 수북이 쌓여있는 홍보자료,컴퓨터 메일 박스까지...

그러고 보니 정보 수집을 위한 활동보다는 버리는 작업이 훨씬 많은 것 같다.

이 모두가 자원의 낭비라 생각하며 더욱 효과적인 정보전달과 활용방안들을 생각해 보게 된다.

얼마전 전자우편을 통해 곧 졸업을 앞둔 한 학생을 사귀게 되었다.

여느 때와 같이 무심히 전자우편을 확인하고 있는데 마음 한 편에서 따스한 정감을 느낄 수 있는 편지가 와 있었다.

코믹한 말투의 글귀는 어느덧 입가에 미소를 짓게 하였다.

콘텐츠에 대한 문의사항이 주요 내용이었지만 피곤하다는 생각없이 많은 답변을 하게 되었다.

지금까지 익명의 많은 편지를 받았지만 마음을 움직이게 한 편지는 거의 없었다.

그러던 차에 "빨간돼지"라 불리는 학생의 편지를 읽어보니 지금까지의 전자우편과는 다른 무엇이 있었다.

이 학생의 전자우편은 전화도 제대로 사용할 수 없었던 시대에서 주고 받았던 "펜팔"과 같은 것이었다.

단지 전자우편으로 배달되었을 따름이다.

펜팔은 대중을 대상으로 하지 않는다.

그대와 나,나와 너를 연결한 고리다.

결국 정보홍수 시대에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것은 "당신"을 위한 관심과 배려라고 본다.

10번의 성의없는 메일보다는 단 한번의 감동어린 메일이,1백명에게 뿌려지는 것보다는 단 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메일이 진정 의미있는 것이 아닐까.

요즘 네트워크상에서 익명인 나와 너의 만남을 가능케 해주는,즉 "n팔"이 크게 유행하고 있다.

앞으로도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 속에서 창조적인 만남의 기회가 더 많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오늘도 그 누군가에 의해 버려지지 않을 정성어린 n팔 한 통을 보내기 위해 밤늦게까지 키보드를 꼭꼭 눌러보게 된다.